[치앙마이 노마드 Day 9] 산 속에 숨겨진 사원, Wat Pha L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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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9시부터 아침을 시작했다. 역시 싱글룸이 아침에 씻고 준비하기 편해.

아점으론 올드시티에서 유명한 Khao Soi Khun Yai를 갔다. 여기도 맛있지만 역시 카오소이메사이가 짱이다. 거길 처음 먹어서 그럴까? 내일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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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는 7일간 벼르던 로티를 먹었다. 약간 캔모아 느낌이었다. 토스트에 생크림 발라 먹는 느낌. 저 안에 있는 노란거는 쫀디기같은 맛이다. 더 맛있는 로티 먹어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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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귀여워서 먹어봤다. 왠지 모르게 두리안의 맛이 난다. 진해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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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몰 갔다가 선글라스 구경하고 왔다. 이 두개 진짜 사고싶었는데 참았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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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 도이수텝을 갈까, 반캇왕을 갈까(두개 다 치앙마이의 2대 관광지)를 고민했었다. 근데 사실 도이수텝은 별로 끌리지 않았고, 반캇왕은 규모가 작다고 했다(둘다 오래오래 차 타고 가야함). 그러다가 치앙마이 카페에서 만난, 나에게 바트를 판 분께서 자기는 여기가 참 좋았다고 소개해주셨다. Wat fa lat이라는 사원인데, 숲 속으로 30분정도 하이킹을 하면 갑자기 산 속에서 사원이 폭포와 함께 짠~ 나타난다고 했다. 사람도 거의 없고! H언니와 나는 둘다 반해서 바로 고고싱 했다. 길 앞까지만 우버로 20분간 가면 된다는 것도 메리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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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우리는 폭포가 보이는 왼쪽 길을 택했다. 사원까지 가고 좀 오래 더 위로 걸으면 도이수텝도 갈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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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했다. 천천히 걸었다. 나비가 많았다. 걷는데 특이하게 생긴 나비가 계속 팔랑팔랑 날아다녔다.

 

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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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가량 등산(길이 꼬불꼬불하고 돌이 많고 꽤 경사가 높다)을 하니 불상이 나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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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다! 민소매와 짧은하의를 입으면 들어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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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졸졸졸IMG_1752.jpg

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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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뎅이

 

자는 멍멍이

 

 

폭포를 가운데 끼고 사원을 짓다니…

 

폭포 옆 돌에 누워서 하늘을 보며 음악을 들었다. 사원을 담아갈 노래를 찾고 싶었다. 이것저것 듣다 맘에 안들어서 결국 검정치마의 ‘Everything’을 틀었다. 거긴 이미 협재바다가 담겨있는데.

가사를 들으니, 신기하게 바로 또 눈물이 나더라. 협재에서도 생각없이 잘 지내다가, 이 노래로 처음 눈물이 나왔는데. 이 노래엔 좋아하는 장소가 2곳이나 담겨있네.

 

내려오는 길에는, 마야몰에서 69바트에 사온 과일을 먹었다

Everything가사 생각하니 또 맘이 찡하니 아파오네.

항상 무한한 사랑을 주는 사람이 떠올랐다.
폰에 내 이상한 사진만 저장하는거 같길래 “내 예쁜 순간은 폰에 저장 안했죠?” 물으니
예쁜 네가 보고싶을땐 네 인스타를 보고, 행복해지고 싶을 때에는 폰 앨범을 본단다.

내가 굳은 심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등공신. 오늘도 감사해요

감성적인 말 써서 더 덧붙이는게 좀 민망한데 그래도 써놔야지.
오늘도 족발덮밥 먹으러 와로롯 마켓까지 썽태우 20분간 타고 갔는데 오늘은 야시장이 안 서더라! 미련이 남아서 30분동안 서성이다가 맛있게 먹었던 동글뱅이 순대를 샀다. 이번엔 2개!(해봤자 20바트임)

 

헐… 근데 너무너무 너무너무 너무 맛있었다. 카오소이 제치고 치앙마이에서 먹은 음식 TOP2가 될 지경이었다. 따뜻할때 먹으니 미쳤네. 순대인데… 음 찹쌀이 가득 든 곱창 맛?

그리고 20바트치만 샀는데도 양이 굉장히 많았고 나중 가서는 배가 터졌다. 배불러서 더 못 먹는게 한스러웠다. 계속 이 맛을 뜨거울 때 느끼고 싶었다.

내일 또사먹어야지…. 하…. 사랑해 순대의탈을쓴곱창아

 

[치앙마이 노마드 Day 8] 뼈와 살을 분리당한 마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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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사하는 날! 도미토리에서 그래도 친구 한 명을 사귀고 떠나서 다행이다. 한국 와서 연락하라고 인사하며 인스타 아이디를 주고받았다.

숙소까지 도보 14분이래서 캐리어 끌고 걸어오는데 도로가 비포장인곳도 많아서 힘들었다. 가는 길에 또 Nun’s Retausrant도전했지만… 오늘도 닫혀있었다…

새로운 숙소는 싱글룸인데, 하루에 100바트인 엄청난 곳이다. 그런데 주인분께서 체크인 시간이 늦어질 것 같다고(4시쯤?) 미안하다며 50바트를 깎아주셔서 3일에 250바트가 되었다…! 즉.. 하루에 2900원인것이다. 영어 쓰기 힘들어하시는데 손짓 발짓 해서 이야기 나누는게 즐거웠다. That’s better! No problem!

이 숙소 가격이랑 위치랑 둘 다 좋다. 올드시티 윗쪽에 있어서 노스게이트랑 Nun’s랑 Graph카페랑 등등 다 가깝고, 님만도 타페게이트도 모두 도보로 조금만 걸으면 된다. 와로롯 족발덮밥 또 먹으러 가야해…!

바로 앞의 Yok Fa라는 현지 식당에 갔다. 내가 요즘 식당을 고르는 기준은,
1. 현지인이 많고 외국인도 드문드문 많이 껴있는가
2. 구글맵 평점이 4가 넘는가
두가지 만족하면 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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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선택이었다. 소고기쌀국수 45BT 타이밀크티 20BT. 나는 저 소스통만 보면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설렌다. 식초고추 뽜뽜 넣어먹었다. 치앙마이 음식들이 양이 좀 적은데 디저트 먹을 배를 남겨놓기에는 충분하다. 아 여기 물도 준다! 소중한 물… 근데 사실 아직 한 번도 물을 안 사보았다 마시려면 맥주를 마시지! 물을 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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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도 왔으니 예쁜 과일이 담긴 플레이트를 먹고 싶어 간 Free bird cafe. 카카오 스무디볼을 시켰다. 와 일단 너무 예쁘다, 카페에 한국인들도 없고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전자책 읽었다. 근데 양이 너무 많았다. 250BT(숙소 3일 비용 ㅋㅋ)인 이유가 있었네… 둘이 와서 음료 라이트한거 하나에 스무디볼 나눠먹어도 꽤 배불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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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벗고 들어오는거 좋다IMG_1608.jpg

마사지를 받으러 23분을 직진해서 걸었다. 치앙마이는 직진 코스가 많다. 내가 길 잃을것같아서 웬만하면 덜 꺾는 코스로 선택하는 이유도 있긴 하지만… 널린게 마사지샵인데 왕복 40분을 걸어간 이유는 Thai traditional medicine center라는 간지나는 이름 덕이다. 여기는 마사지사분들을 Docter라 부르고, 원하는 닥터에게 예약하려면 많이 기다려야 한단다. 지금까지 마사지를 3번 받아봤는데(세부 2번, 치앙마이 1번)  모두 괜찮긴 했는데 내가 원하는 만큼 세게 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기대를 안고 파워 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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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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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다. 안쪽은 정말 치료원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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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부터 재고 시작했다. 신기해! 근데 이거 말고도 특이한게 플랜이 1개밖에 없는건지 모르겠는데 250바트를 내란다(리셉션 봐주시는 분이 영어가 잘 안 통했다). 고분고분 내고 따라가니 살짝 가림막 뒤에서 옷을 갈아입으라고 한다. 수술옷같은걸 주셨다. 기존 오일 마사지들은 모두 팬티만 입고 다 벗고했는데! 기대반 무서움반으로 갈아입고 왔다.

연륜있는 강해보이는 닥터가 나를 맞아주셨다. 여기는 커텐도 없다! 한 방에 4개 침대가 병원 입원실처럼 놓여있고 닥터는 서로 수다를 떨며 사람들의 몸을 이리 저리 꺾고있으셨다.

나도 눕고 마사지 시작! 와… 기존 마사지는 그냥 나를 조물조물 하는것이었다. 이 닥터는 마스크와 수술장갑(진짜루)을 끼고 내 뼈와 살을 분리했다. 중간중간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취하게 하며 나도 모르는 내 뭉친 부위를 찾아주었다. 1시간 좀 넘게 한 것 같은데 거의 모든 터치가 날 시원하게 만들었다(보통 받을때는 음… 그 위인데… 음… 좀 더 세게 하면 좋겠는데… 이랬음). 내가 고관절(골반, 팔 뒤쪽 등)이 많이 뭉쳐있는데 거길 집중적으로 풀어주시는 분은 처음이었다. 여행의 테마, ‘현재에 살자’를 실천하는 시간이었다. 아까 스무디볼 먹을때는 사실 여러 잡생각에 가득했는데 이 때는 잡생각을 할 새가 없었다.  ‘허억…! 학!! 헉 거기!!” 이럴 뿐.

끝나고 나 해주신 마사지사분 성함을 여쭤봤다. ‘Moh’이런 느낌의 발음이었다. 한국 가기 전에 또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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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행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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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에 두리안을 만났다. AAA라고 써져있으니 더 사고싶었다. 뒤에 150BT짜리 두리안 꽤 크고 좋았는데 내가 지금 현금이 좀 부족한 상태라 쫄려서 3분간 고민하고 슬프게 떠났다. 내일은 사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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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열려있다. 장조림 맛있겠다. 옆은 똠양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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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와 악어 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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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H언니를 만나서 노스게이트 앞 창푸악마켓에 가서 카우보이아주머니에게 족발덮밥을 사먹었다. 유명한 집이라 줄이 엄청 길었다. 근데 띠로리… 어제랑 너무 달랐다. 물론 여기도 맛있었지만 채소도 없고, 양은 1/4고, 소스통(나에게 중요한 것)도 없었다. ㅠㅠ. 줄 앞에서 일인시위 하고 싶었다 “여러분 와로롯 마켓 가세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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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타임(7:30)에 맞춰서 노스게이트 재즈바에 갔다. 오늘이 즉흥연주인 잼데이래서 기대를 많이 했다. 근데 생각보다는 내가 잼 취향이 아니더라. 지난주 수요일에 문 밖에서 들었던 정통 재즈가 더 취향이었다. IMG_1628.jpg

사람이 정말 많아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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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언니의 친구를 만나서 셋이 야식을 먹었다. 올클리어!

근데 이상하게 돌아서니까 또 배고프다. 족발덮밥 있었으면 먹었을텐데 아쉽다.

내일은 여기저기 돌아다녀볼까!

[치앙마이 노마드 Day 7]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먹은 날 (feat. 족발덮밥)

오늘은 11시까지 늦잠을 자고(매일 9시에 눈 뜨지만 2시간씩 더 뒹굴거린다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되었나봐) 어제 문 닫아서 못 먹은 Nun’s restaurant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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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d…ㅠㅠ 써있는 코멘트를 보니 아버님이 아프신가? 괜찮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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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의 Kanjana에 갔다. 항상 사람이 많은 곳이다. 트립어드바이저 certification을 받았네. 구글맵 평점도 4.4이다. 근데 분명 저렴하다고 써있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은 아니었다. 매운 볶음누들 70바트, 타이밀크티 45바트. Nun’s restaurant의 60바트 ‘짱맛’ 음식과 카오소이메사이의 10바트짜리 ‘짱맛’ 타이밀크티를 생각하던 나의 기준보다는 비쌌다.

맛있었다. 나는 소스류를 옆에 두는 식당이 좋다. 매번 자극적이게 식초고추를 엄청 뿌려먹거든. 아 생각하니 입에 침이 쬭 나왔다. 이번에도 식초고추 퐝퐝 넣어 먹었다. 닭고기 빼고 다 먹었다. 나는 닭가슴살을 잘 안 먹는다.

소화시킬겸 라탄백을 보러갔다. 탐나는게 많았는데 넣어갈 공간이 없다. 오늘은 가격 탐색의 날이고 반캇왕 갔다가 더 이쁜 것으로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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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를 못 본지 일주일이 넘었네. 셀카를 보내면 이뿌다고 해주고 하루에 몇번씩 보고싶다 말해줘서 착하고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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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치앙마이 와서 처음으로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왔다. 토이프로젝트도 하고 싶었지만, 그 전에 마지막으로 3일간 묵을 숙소를 예약해야 했다. 첫 3일은 일인실, 두 번째 3일은 도미토리를 묵어보고, 둘 중 나에게 더 맞는걸로 나머지 숙소를 예약하려고 일부러 비워뒀다. 에어비엔비를 뒤졌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게 나타나지 않았다. 근데 부킹닷컴에 생각보다 저렴하고 위치 좋은 1인실이 꽤 있었다.

  • You&Me Hostel 평점 8.6에 3박 3.6만
  • 팬더하우스 7.7에 5.1만
  • 쿰푼 7.8에 3.6만
  • 엘리펀트 8.0에 4.1만
  • 재스민 7.5에 2만

You&Me와 재스민 중 고민하다가 시설이 별 차이 없어보여서(You&Me는 더블베드다) 재스민 예약했다. 내가 제일 마지막 남은 방을 예약했더라. Josh한테 여기 했다고 말하니 부킹닷컴에서 평점 8 이하는 가는거 아니란다. 평점 1점 차이가 경험 차이는 꽤 날거라고… 하지만 낙장불입이다 흑흑스

근데 1인실 진짜 싸다 위치도 올드시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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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명으로 원두 250g짜리를 종류별로 섞어서 4봉지 샀다. 엄마가 6봉지 사오라는거 타협했다. 도이창 원두라고 하니 엄마가 정신을 잃으시더라. 총 1160BT였는데 카드 안된대서 현금 냈다. 나 지금 현금 부족한 상탠디!!! 아차 하면 돈 또 뽑아야 할 수도 있겠다 ㅠㅠ (수수료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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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을 나오니 노을이 지고 귀여운 구름이 있었다. 이 사거리는 내가 매일 돌아다니는 곳이다. 길 건너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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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지는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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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선데이마켓에서 먹은 선지해장국이 잊혀지지 않아 오늘은 와로롯마켓에 가봤다.
앗 근데 말로만 듣던 족발덮밥 발견!!! 영어로 잘 안 써있어서 옆 사람 먹는거 달라고 했다.
– 디스 원!
– 쌤쌤?
– 오케!

영어가 잘 안 통한다. 음 근데 가격 30바트? 치앙마이에서 먹은 음식 중 제일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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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피쉬소스랑 고추가루랑 고추를 퐈퐈 넣어서 슥슥 비볐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도로에 눈치보면서 어정쩡하게 한입 얌 먹었다.

헐???????????????????!!!!!!!!!!!!!!!!!!!!

아 나는 너무 놀랐다 너무너무 놀랐다 이렇게 부드럽고 향신료적이고 새콤하고 간장스럽고 아삭하다니… 시끄러운 시장에서 족발과 나 단 둘이 있는 기분이었다. 이거 지금 글 쓰는 중에도 침이 줄줄 흐르고 있다. 양도 엄청 많았다. 진짜 맛있는데 배가 터질것같아서 아쉬웠다. 한 그릇 더 먹어야 하는데 진짜 배 최고 불렀다. 물론 이 접시는 싹싹 긁어먹었지.

이 음식은 내가 치앙마이에서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다. 근데 가격도 제일 저렴하고 양도 제일 많다는게 의문이다. 이 음식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먹어야 하게 되었는데 어떡하지? 나는 정말 3만원이어도 먹을 것 같다(그럼 한 달에 한 번이 되겠지만). 한국에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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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머이! 꼬리 흔들고 난리났는데 케이지에 갖혀있어서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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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 Cafe를 가기 위해 핑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넜다. 족발덮밥 덕에 온 세상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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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 Woo cafe. 카페가 엄청 크고 구석구석이 다양하게 꾸며져있다. 율동적이다. 디저트랑 음식류 모두 맛있다고 한다. 나는 입이 매운 상태기에 바나나스무디를 시켰다. 음료에 130바트라니… 지금까지 마신 것 중 젤 비싸다. 족발덮밥 4개 이상 먹는 가격이다(이제 모든게 족발덮밥 기준으로 계산됨). 그래도 카페가 넘 예뻐서 자리값이겠거니 생각했다. 종업원이 참 친절했다. 바나나 스무디 주문하고 나가서 먹어도 되냐고 물으니 구롬그롬 이라고 미소지었다. 그리고 내 얼굴을 기억하고 테라스로 스무디를 가져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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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 뭔 화분만한게 나왔다 스무디가 최소 1리터가 담겨져있었다. 나는 이미 배가 끝까지 차있는 상태였는데… 스무디와 함께 셀카찍으니 내 몸뚱이를 다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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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이 좀 쌀쌀하긴 했지만 숲속에서 먹는 기분이라 행복했다.
결국 1/3정도 먹고 테이크아웃잔에 싸달라고 했다. 근데 벤티 플라스틱 컵에 꽉 차더라. 아니 이렇게 큰 것인지 알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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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숙소로 돌아가다가 눈길을 끄는 동글동글이를 발견했다. 순대같은 것이려나? 하나 달라고 했다. 10바트란다. 와 진짜 맥주안주로 딱인데 10바트… 근데 정말 정체가 뭘까 돼지 불알 이런건 아니겠지? 안에 약간 찹쌀같은 맛이고 밖은 곱창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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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정자로 가서 남은 스무디랑 염염 먹었다. 아 마싯당! 오늘은 맥주를 못 마셨넹

그리고 드디어 첫 번째 외국인 친구를 사귀었다. 라파엘이라는 브라질 친구인데 30분동안 즐겁게 이야기 나누었다. 내 치킨 모자도 자랑했다. 셀카찍으라고 빌려줬다. 자기는 배낭여행중이란다. 말레이시아, 서울, 쿠알라룸프르, 그리고 이름 모르는 나라들을 배낭 하나로 여행하고 있단다. 올해 3월쯤 다시 서울 갈 것 같단다. 치앙마이에서는 어제까지 농장에서 일 하다 왔대. 하루에 5시간정도 벼 베고 코끼리 씻기고 코끼리똥 밭에 거름으로 주면 3끼 음식과 숙소를 제공해준대. 자기는 배낭여행이라 그렇게 현지를 느끼고 경비도 아낀단다. 싱기방기. 말레이시아에선 아이들한테 풋볼 가르치고! 역시 브라질.

한국에서 챙겨온 배달의민족 ‘헐’스티커를 줬다. 현지 디지털노마드들 만나면 주려고 챙겨왔는데 처음으로 주네 ㅠㅠ

도미토리에서 친구 사귀려고 하니까 이제 내일부터 숙소 1인실로 옮긴다.

오늘은 풀로 혼자 다녔는데 느긋하고 좋았다. 석양과 족발덮밥이 큰 역할 했다. 이제 남은 여행 3일!

 

 

 

 

[치앙마이 노마드 Day 6] 선데이마켓 길을 잃고 앞으로의 여행이 즐겁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없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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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안으로 시작하는 아침 10시. 생각보다 숙소가 좋은게 침대와 이불이 뽀송하고 바로 앞에 와이파이가 되는 정자가 있다. 지금(12:14 AM)도 여기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10분만에 모기 10방 물린 것 빼고는 참 좋다. 10방 간지러.

나 두리안 좋다!! 철 아닌데도 이렇게 맛있으면 철일때는 얼만할까! 사실 이거 어제 밤에 사와서 침대 옆에 뒀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냄새가 상당했다 나 어제의 민폐1등 숙박객이었다. 2층이어서 냄새가 덜했기를 바랄 뿐이다.

 

어제 갔던 Soi5 음식점에 또 가려고 했다. 이번엔 50바트짜리 누들 하나를 가볍게 먹고, Sticky rice with mango를 디저트로 먹으려는 행복한 생각을 하며 15분동안 걸어갔다.

근데 닫았더라. 일요일이라 안 하나 보다…

뭐 괜찮다. 바로 옆에 봐둔 구글맵 평점 4.7짜리 Farm story house라는 음식점을 갔다. 깨끗하고 예뻤다. 근데 사실 위가 태국식 국수로 세팅되어있어서, 여기의 태국+서양식 음식은 내키지 않았다.

Screen Shot 2018-02-12 at 12.20.32 AM.png*이런 느낌…(구글맵 발췌)

(아놔 지금 모기가 내 몸에서 와인 파티하고 있다 이제 15방을 향해 나아가는중)

그래서 2차 카페에서 디저트 먹으려고 간단하게 스프링롤(60BT)을 주문했다. 어제 만난 한국 아주머니가 여기 근처 스프링롤 맛있다고 하신게 떠올라서 더 땡겼다. 그리고 밥보다 더 비싼 70바트짜리 ‘Taste of earth”라는 과일 토핑 아작나는 주스를 주문했다. 과일 먹고 싶었다. 내 스티키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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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스프링롤이 나왔는데, 내가 생각하는 투명쫄깃피 야채야채 스프링롤이 아니었다. 비건 메뉴였는데 튀긴 피 안에 구운 버섯이 들어가있었다. 나는 튀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어-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근데 맛있었다. 나는 버섯을 엄청 좋아하는데(샤브샤브, 훠궈, 삼겹살집가면 버섯만 익혀먹음) 갓 튀긴 음식 안에 뜨거운 버섯이 들어있으니 맛있었다. 다만 5분만에 순삭했다. 원래 가려고 했던 Soi5가면 60바트면 배부르게 먹는 가격인데 아쉽스.

아쉽지만 그리 나쁘지 않았던건, 내 주스가 계속 안나와서 물어보니 주문이 안 들어갔었던 것이다. 그래서 걍 취소하고 2차인 카페로 왔다. 와 미친 지금 모기 내 왼쪽 팔뚝만 5방 일렬로 물었다. 내 왼쪽 팔뚝이 그렇게 만만하냐! 나 너무 무력하다 모기 못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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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러뒀던 Graph Cafe에 왔다. 테이블이 3개밖에 없는 작은 카펜데 나는 4명 공용 테이블에 앉았다. 옆에 포토그래퍼처럼 생긴 아저씨는 혼자 메뉴 2개 시켰다. 궁금했나보다. 메뉴가 다 이쁘게 생겼다. 근데 치앙마이치고 가격이 좀 있다. 커피 한 잔에 125BT. 특이한건 한국인이 정말 많았다는 것이다. 내가 3시간 정도 있었는데, 고작 3테이블에 왔다간 한국인만 9명정도 된다. 여기가 어디 한국인 책/카페에 나왔나보다. 나도 뭐 블로그 보고 왔으니..

이북 보려고 노트북도 안 가져왔는데, 제대로 집중을 못 했다. 의자도 불편하고, 1m도 안 되는 거리에 한국말이 크게 들리고. 웃긴건 작은 카페였는데 한 한국인분이

  • 아 한국인 존나마나
  • 몰라 짜증나 음식 안맞아 맥도날드나 먹게 길거리에서 이상한 과일냄새 나
  • 아 어제 만난 남자 있자나 나한테 돈많은남자소개해준대

라며 짱 크게 영상통화를 하는 것이다. 영상통화에 나 나올 것 같아서 피해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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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마켓이 열리기 전이라, 시장에서 망고스틴 100BT어치를 샀다. 웃긴건 반이 썩어있었다는 것이다. 노란색이 보이면 썩은걸까? 건기에는 망고스틴 최소한 180바트짜리는 사야 크고 맛있는 것 같다. 그리고 손으로 까기 힘들다. 칼이 있어야겠다. 손이 빨간색으로 다 물들었다. 하지만 망고스틴… 살아있는 망고스틴… 참 맛있었다 흑흑

사실 선데이마켓 찾아가는데 길을 잃었다. 구글맵 치니 타페게이트 오른쪽이라 타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20분간 걸어가고 기다리기까지 했는데 알고 보니 왼쪽이었다. 블로그 보고 알게 되서 왼쪽으로 가는데 너무 지쳤다. 다리도 아프고 당도 떨어지고 배가 고팠다. 괜히 기다렸다는 생각에 억울함도 있었다. 그런데 가다가 코코넛아이스크림 노점을 마주쳐서 먹었는데 참 알량하게도 바로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마침 음악도 맘에드는게 나왔다(이어폰으로 계속 음악 듣는중). 생리현상의 힘듦과 나를 동일시하면 안된다. 배고파서 짜증나는게 내가 거지같은 사람이 아니라서라는걸 깨달아야 한다. 아놔 근데 미친 모기 야 그렇게 먹을거면 200바트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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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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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어나니머스 가면을 쓴 사람들을 만났다. 동물학대 반대 그룹인 것 같았다. 영상에는 뱀이 기계에 매여 1초만에 가죽이 벗겨지는게 나왔다. 그정도로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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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마켓은 모든 관광객과 모든 현지인이 나온 것 같았다. 2호선 같다.
은팔찌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6시가 되니 상인분이 나를 톡톡 부르시며 일어나라는 거였다. 뭐징 하고 일어났는데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서 방송인지 애국가인지를 들으며 묵념같은 것을 했다. 노을이 지는 2호선(ㅎㅎ)에 조용히 서있는 경험은 신기했다. 내가 말 잘 들어서 그런지 은팔찌 주인분이 10바트 깎아주셨다. 물고기 은팔찌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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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실버 280바트(9,800원). 옆에 거북이는 세부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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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음식 먹기! 앞에 계신 현지인분이 드시고 있는게 맛있어보여서 뭐냐 물어보니 Chinese rool noodle soup(7번)이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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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이거슨 떡같은거랑 고수랑 똠양향이 들어간 갈비+내장+선지국이었다. 모든 요소가 나를 자극하는군 졸라 맛있었다. 40바트(1400원). 내가 열심히 먹고있는데 5명정도가 내 접시 가리키며 이거 달라고 하였다. 맛있게 생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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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 블랙젤리 들어간 코코넛밀크를 먹었다. 이건 별로 취향이 아니었다. 저 젤리가 은근 씁쓸하네. 그래도 시원하게 빨아먹으니 좋았다. 여전히 사람은 미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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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만남!!! 제주도 편집샵에서 진짜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너무 비싸서(3~4만원?) 못 산 카렌족 수공예 귀걸이를 발견했다. 여기는 250바트(9천원). 2개 사려다 참았다 여기는 250바트가 큰 돈이다. 바로 바꿔 꼈는데 저녁에 만난 친구가 귀걸이 넘 예쁘고 독특하다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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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이게 모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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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추리알 후라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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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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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선 여기저기서 많이 굽던데 맛 궁금하다. 둘이 다녔으면 시도해봤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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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옥수수가 맛있대서 나도 한입! (20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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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치앙마이에 3주간 놀러온 한 살 어린 커플을 만났다. 대학교 방학 기간에 숑 왔다고 한다. 같이 레게바에 가서 Sam Song 위스키를 온더락으로 먹었다. 여자친구가 나랑 잘 맞았다. 음악 취향도 거의 동일했고 귀걸이 취향과 트위터리안인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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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아쉬워서 숙소 도착 전에 맥주와 안주를 사들고 갔다. 앞에 정자에서 블로그를 쓰며 마시는데 모기 30방(오버 아님) 물렸다. 배부르면 그만 물 줄 알았는데 끝을 모르네 이 모기즈가(<< 모기 못 잡는 사람)

숙소 들어가서 물린 곳에 폼클렌징을 바르고 잤다. 비누를 바르고 자면 다음날 쏙 들어가 있다.

[치앙마이 노마드 Day 5] 새로운 경험을 허용하면 고통스러운 감정과 생각이 변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늘은 정들었던 산티탐의 Azleep guest house에서 타페게이트의 4인실 도미토리로 이사하는 날이다. 집주인 Thor랑 안녕 다음에 또 봐요 인사하고 Grab타고 타페로 갔다. 차로 가니까 생각보다 가까웠다 5분거리. 걸으면 35분이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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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r가 적어준 내 후기! 나는 스윗 스트롱 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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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침대는 2층이었다. 잠자리만으로는 2층을 선호하긴 하는데 내 캐리어가 바닥에 있어서 귀찮았다. 캐리어도 매번 잠가둬야 하고… 싼 맛에 묵는 숙소인것 같다. 좀 오질나게 싸거든 3박에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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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타이해서 결리는 몸을 풀기 위해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후기를 열심히 찾아보고 가격 대비 좋다는 곳으로 갔다. Green bamboo massage. 오일 마사지가 1h에 300바트(약 11000원)다.

초반에는 ‘음? strong으로 해달라는데 왜 센 느낌이 없지?’하고 의아했는데 점점 마사지사분의 손맛에 녹았다. 세심하고 다정하게 풀어주고, 허리도 뚜둑 뚜둑 꺾어주고 무릎에 눕히고 어깨랑 머리 마사지도 해줬다. 머리 마사지가 굉장히 황홀했다. 사각 사각 느낌.

종아리도 내가 완쥰 뭉쳐있었는데 그게 느껴지셨나본지 오래오래 천천히 풀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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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코끼리컵에 차를 주셨다. 컵이 너무 탐났다. 이런 컵 사고 싶었다. 치앙마이 어디서 파는걸까? 근데 여기서 파는 컵이었다 90바트! 헐 당장 주세요.
마사지사분 팁도 드리고 컵도 공수하고 행복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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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24시간 렌트에 50바트다. 근데 생각보다 여기가 자전거로 다니기가 열악해서 할지 말지 고민중이다. 오토바이길로 다녀야하는데 오토바이 너무 씽씽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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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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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으러 가는 길에 나비날개로 만든 귀걸이를 봤다. 죽은 나비 날개로만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두 크리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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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받은 로컬 식당 Som Tum Soi 5(Nun’s Restaurant)에서 그린커리를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커리인데 알싸하고 개운하고 저 초록 열매도 맛있다(바나나스무디, 그린커리, 밥 따로 해서 125BT) . 태국음식 참 내 입맛에 맞는다. 여기 자주 와서 이것 저것 시켜먹을것이다. 밖을 보는 자리에 앉아 이북을 보며 먹었다.

김도인 저 ‘숨쉬듯 가볍게’를 읽고 있다.

새로운 경험을 허용하면 마음과 생각이 항상 변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를 고통스럽게 하던 감정과 생각이 결국 변한다는걸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이 책에서는 ‘예스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easy모드는 하루에 1번씩 새로운 경험 하기, normal은 3번, hard는 모든 제안에 yes라고 대답하며 새로운 경험 허용. 이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자!’를 위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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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 와서는 모든 것이 새롭다. 게다가 혼자 왔으니 내가 케어할 사람이 나뿐이라 새로운 감정에 집중할 수 있다. 아무도 나한테 뭘 하라고 기대하거나 시키는 사람이 없어서 발길 닫는대로 걷다가 멈추거나 한다. 비둘기가 많아서 여기서 20분동안 비둘기 구경했다. 비둘기 2000마리정도 있어보인다. 비둘기가 사람 머리 위에 앉아있다(거기에 먹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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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이 보여서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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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치앙마이에 노마드 하러 오신 나리님, 용민님이 초대해주셔서 Street Pizza & The Wine House에 갔다. 이직기를 보고 나리님이 나 치앙마이에 있는 거 알고 초대해주신거다. 여러모로 이직기 열일하네. 페미니즘과 커뮤니티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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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피자가 맛있었다. 치앙마이 와서 김치피자를 먹다니… 볶은김치에 치즈 올리고 얇은 도우에 먹는것이다. 그리고 치앙마이 와서 처음으로 맛있는 맥주를 먹었다. Beerlao라는 흑맥주인데 찾아보니 라오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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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로 Bus bar에 가서 공연을 보며 위스키를 마셨다. 스윙댄스 모임에서 만났다는 외국인들이 대거 와서 스테이지에서 폴짝폴짝 댄스를 추었다. 우리 12명 중 4명 빼고 다 스테이지로 나갔는데, 웃긴건 그 4명이 모임에서 유일한 개발자였다. 개발자들이여….

나도 춤 배우고 싶다니 목요일에 원님만에서 또 강습이 있다고 한다. 목요일에 다녀오겠다.

여기서 2년동안 코워킹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Nathan을 소개받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도네이션제로 운영하고 있다는게 특이했다. 이런 이야기 들을때마다 치앙마이에 잠시 정착 하고싶다.

밤에 숙소로 돌아왔는데 깜깜한 곳에서 조용히 2층 침대에 올라가는게 힘들었다. 음악도 못 듣고, 일기도 못 썼다. 내가 기대한 ‘도미토리 사람들과의 교류’도 없었다. 작고 귀엽게 생긴 1인실이 나한텐 더 맞는 것 같다.

 

[치앙마이 노마드 Day 4] No지털 디마드 되었다 나 이제 코딩 안해

아침에 일어나서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나 돈 얼마 남았지…?’

계산해보니 2900바트에 100달러(환전하면 3000바트)가 있었다. 총 5900바트인데 남은건 7일이고, 그렇다면 하루에 842바트만 써야한다.

하지만 내 기록을 보면 첫 날엔 1035, 둘쨋날에 2200, 셋째날에 1428바트를 썼다. 하루에 842라니. 사실 점심 저녁 300바트, 커피 100바트, 이동비 100바트 하면 나머지 340바트는 품위유지비(?)에 쓸 수 있다. 밥 커피 이동비만 하면 800바트면 차고 넘치는 생활비다. 하지만 나는 생활에 필요 없는 것(치킨모자, 분홍 선글라스, 태국 가방, 큰 귀걸이, 지푸라기 가방, 지인들 선물)을 사야한다. 보통 시장에 파는 기념품은 200바트에서 시작해서 2000바트까지 간다. 그리고 요가 1일권은 250바트, 무에타이 1일권은 300바트다. 마사지도 250~500(저렴한 곳이). 그렇게 생각하면 하루 생활비(정정하자 노는비)는 최-소한 1000바트다. 근데 나는 하루 생활비를 700정도로 잡고 환전을 해온거시다.

여유로운 마음이 사라지고 싼것만 먹어야 할 것 같고 이제 기념품도 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넘 싫었다.

생각해보니 태국돈으로는 700바트와 1000바트의 생활의 질이 현저히 차이나는데,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만원 차이도 안 난다. 그래서 마음을 먹었다.

‘할까 말까 할 땐 하자’

그래서 검색해보니, 마야몰의 카시콘 ATM에서 비자카드로 돈을 인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은 나쁘지 않은데 수수료가 220바트(8천원)가 붙는다. 가즈아 돈 뽑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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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ATM에서 인출이 불가할 수도 있으니, 지갑과 행복을 둘 다 잡을 수 있는 곳으로 갔다. 치앙마이에서 처음으로 재방문한 음식점, 내 사랑 카오소이멘사이! 오늘은 선지쌀국수를 시켰다. 아 이것도 너무 맛있다 흑흑 으으 너무 맛있다 내일 다른 메뉴로 한번 더 먹을까… 흑흑 타이밀크티도 넘 맛있어 흑흑… 가격도 45바트야…(1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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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몰까지 걸어가다가 소프트웨어 회사 발견. 누가 기념사진 찍고있어서(디지털 노마든갑다) 기다렸다가 나도 소심하게 찰칵. 나 이제 노트북도 안 들고다닌다. 코딩 말고도 치앙마이에 할게 넘 많다. No지털 디마드다. 바지 노마드. 하루에 2만 7천보씩 걸으려면(실화다. 오늘의 만보계) 맥북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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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에서 엄청 편하게 출금 성공! PIN번호 6자리를 누르라는데 한국 비번+00 누르니 되었다. 다행스. 나는 부자다!!! 행복하다!!! 행복의 셀카를 찍었다 오늘은 볼드한 귀걸이를 해보았다. 나는 4계절중 여름을 가장 좋아한다. 봄이나 가을보다 더 좋다. 민소매 입고다니는게 가벼워서.

그리고 또 치앙마이를 담을 음악을 찾았다. The 1975의 Somebody else. 제주도 갔을 때 배운건데 어떤 장소를 기억하고 싶으면 그 장소에서 하나의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란다. 내 제주도 음악은 짙은의 Everything이다. 이제 이 노래를 들으면 부서지는 협재의 바다가 생각난다.

걸으면서 좋은 소식도 2개나 받았다. 둘 다 이번에 작성한 이직기에 관련된건데, 출판사에서 메일이 하나 왔고, 회사에서 새 컨퍼런스 기획해보자고 메일이 하나 왔다. 나는 새로운 일을 할 때 가장 힘이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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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H언니와 치앙마이대학을 구경갔다. 혼자 놀다가 이렇게 어디 갈때 뿅 만나는거 좋다. 관광객은 걸어서 들어갈 수 없고 꼭 투어 썽태우(오픈형 버스같은 느낌)를 타야한대. 몰래 잠입하려다가 수위분께 저지당했다. 다음엔 자전거 타고 슝 들어가야지. 투어버스는 맘에 안드는게 일단 60바트를 내야하고, 중간에 호수에서 10분 내려주는거 포함해서 30분밖에 안 걸린단다. 웨이팅도 해야 한다. 이렇게 누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려고 치앙마이 왔는데.

그래도 호수 보고싶어서 버스 탔다. 근데 생각보다 참 좋았다. 맨 뒷자리에 탔는데, 탁 트인 뒤를 보고 캠퍼스를 달리니 시원하고 즐거웠다. 방금 먹은 타이밀크티도 맛있었다(오늘 2번 머금)

호수는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작았다. 그리고 물이 맑지도 않아서(오늘 날씨도 구름이 꼈다) 딱히 왜 방문해야하는지 모르겠었다. H언니와 나는 10분만 보고 나가기 싫어서 튀튀 했다. 호수를 한 바퀴 삐잉 돌았는데 반대쪽의 경치가 더 예쁘더라. 나무로 가려지는게 없고 탁 트여서 그랬다. 근데 우리 둘 다 길치라 나가는 길을 찾다가 “여기가 아닌게벼”를 8번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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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으로는 벼르고 있던 펭귄마을의 ‘Barefoot Cafe’에 갔다. 바에 앉으면 눈 앞에서 직접 요리를 처음부터 해주는 컨셉이다. 밀가루 반죽부터 생면 제작, 치즈 갈기를 쭉 보는데 마음이 두근거렸다. IMG_1303.jpg

베이컨칠리 오일파스타와 까르보나라를 시켰다. 저 면 방금 반죽하고 자르고 볶은거다.

딱 먹고 든 생각은 ‘마시땅…!’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얌얌 염염 꽐꽐 먹었다. 먹을때도 참 현재를 사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처음 겪는 경험’은 ‘현재를 살기’의 충분조건인 것 같다. 이거 외에는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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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를 다 먹어가니, 커스텀 토핑(토마토, 바질, 리코타치즈, 베이컨)을 넣어 구운 피자도 나왔다. 이 피자는 내가 반오십년동안 먹은 피자중 단언컨데 1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밀가루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 빵류, 튀김류는 몇 입밖에 안먹는다. 이건 얇은 도우에 구운 토마토에 치즈와 바질이 들어가니 안 맛있을 수가 없었다. 한 번 더 가서 피자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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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나오니 보이는 풍경. 고즈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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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대학 근처의 야시장에 가봤다. 기대했었는데 마야몰 앞의 야시장보다 특별한게 하나도 없었다. 여기는 정말 현지인들이 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치앙마이 향이 하나도 없는 보세 옷, 공장제 핸드폰케이스,  타코야끼 등이 있었다. 마야몰 앞은 관광객 대상인지 수공예품이 많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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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살까 말까 완쥰 고민했다. 이거 슬리퍼다. 크크크크크. 진짜 리얼하다. 친구들 선물로 주고싶은데 들고가기도 무서워서 fail (나는 죽은 물고기 공포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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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미있는거 하나 했다! 사진으로 초상화 그려주는 예술가분이다.
Josh를 그려달라고 했다. 세부조시 흐흐 멍코같이 생겼다. 웨이팅이 길어 받는데 1시간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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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기 전에 유명한 Cherng Doi Roast Chicken에서 닭과 쏨땀(무생채같은거)를 포장해갔다. 숙소 앞에서 Tiger라거맥주도 샀다. 오늘 꼭 먹어야 했던게 내일부터는 도미토리에서 잔다. 4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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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일만에 Josh랑 통화했다. 치킨모자 쓰고 치킨먹었다. 깝치는건 짜릿해!

내일은 이사 잘 하고 혼자 딩가딩가 놀아야지.
저녁엔 디캠프에서 오신 개발자분들 본다.

[치앙마이 노마드 Day2] 저렴하다고 막 쓰면 하루에 2200바트 쓴다(하루 예산 800바트)

여기는 새가 우렁차게 지저귄다. 훡훡훡~~! 훡훡훡~~! 하는 새, 끄으으윽–! (한 음 높여) 끄으으으윽–! 하는 새가 있다. 아침에 새소리에 깬다. 근데 진짜 시끄럽다. 시끄럽고 묘해서 웃기다. 화장실에서 듣다 자동으로 따라하게 된다.

아침에 뒹굴며 늦장 부리다가 12시에 천천히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아침에 걸으니 무섭지도 않고 좋았다. 덥지만 싫지 않은 쨍쨍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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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면 곳곳에 작은 사원이 보인다. 서낭당처럼?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이 사원인지 제단인지에는 왠지 모르게 콜라가 대칭으로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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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님만해민으로 가는 길에 있는 카오소이집, Khao Soi Mae Sai에 갔다. 여기의 카오소이(태국식 카레면. 고수가 들어갔고 똠양적인 맛이 난다)와 아이스밀크티는 지금까지 치앙마이에서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었다 아놔 또 침나옴. 아이스밀크티 한 번 빨고 “헐” 소리가 나왔다. 차갑고 시원하고 달콤해서 더운 날씨에 제격이었다. 카오소이에 고추가루랑 매워보이는거랑 할라피뇨 팍팍 더 넣어서 먹었는데 정말 내 취향이었다. 점원분도 영어 잘 하시고 친절하였다. 이렇게 2개에 60바트(약 2100원)이다. 집 돌아가기 전에 또 먹으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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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걸어 마야몰에 갔다. 큰 백화점인데 개미지옥이었다.

 

핫도그와 치킨 모자중 고민하다 치킨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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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조아오 ㅠㅠ 신나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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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돌을 목에 걸라고 제안하는걸까? 머리 비율도 재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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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슬리퍼다. 겸이 군대에서 신으라고 선물로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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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모빌 너무 각자 코끼리 개성이 넘쳤다.

마야몰에서 사람들 선물 산답시고 1500바트가 사라졌다. 안 사면 후회할 것 같은 물건들만 담았는데도 많이 썼다. (e.g. 안 사면 후회할 것 같은 치킨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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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기를 마무리하려 Camp in Maya에 왔다. 마야몰 4층에 있는 24시간 코워킹 스페이스다.
AIS라는 통신사가 만든 곳인데 이를 위해 이 통신사의 유심을 샀다. AIS와이파이는 무한이고 따로 이용하려면 음료를 구매하면 2시간을 준다.
근데 알고 보니 내 유심이 와이파이가 안 되는 플랜이었다(15일 4G 무제한 499바트). 그래서 슬프지만 레몬티(65BT)를 주문했다. 슬픈 이유는 1시에 밥 배불리 먹었는데 이따 5시에 저녁약속을 잡았기 때문이다. 배불른데 또 먹어야 해서 슬펐다 하지만 맛있게 마셨다.

6명이 함께 앉는 육각형 테이블에 앉았다. 6인 모두 맥북을 썼다. 양 옆이 서양인 남성이었는데 체취가 너무 강했다. 스쿠버다이빙의 기억을 살려 입으로 숨을 쉬었다. 이직기 작성도 마무리했다. 드디어 과거를 떨어버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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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몰에서 H님을 만났다. H님은 아이러브치앙마이 카페에서 만난 분인데 나랑 같은 비행기로 치앙마이에 왔고, 이 분도 여자 혼자 왔고, 나이도 1살 차이 나고, 퇴사하고 바로 끊은 비행기표라고 하셨다. 공통점이 많네!

함께 TongTemToh를 갔다. 유명해서 웨이팅도 길어 일부러 5시에 온 것이었다. 근데 생각보다 별 감흥이 없었다. 곱창&삼겹살 콤보를 시켰는데 그냥 음 곱창이군 음 고기군 🙂 이었다. 함께 시킨 음료는 감기약 시럽 맛이었다. 역시 사람 입맛은 다 달라서 걍 먹어봐야 아는 것이다. 요리 3개에 음료 2잔 시키고 각자 160BT. 배불렀지만 슬펐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님만해민을 거닐었다. 이 거리는 한국의 청담동 비슷한 거리란다. 내가 느끼기엔 가로수길이랑 더 비슷했다. 아기자기한 가게가 많았지만 관광객 대상이라 가격이 치앙마이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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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두리안 냉동바를 발견해서 바로 구매했다(120BT. 두리안 들어간건 다 좀 가격이 있는듯). 헉 근데 어제 먹은 아이스크림이랑 너무너무 달랐다. 아이스크림은 방구맛이었는데 이건 맛있는 망고버터맛? 향은 여전히 방구스러웠지만 눅진-하고 고소한게 참 맛있었다. 다행이다 두리안 취향이어서. 새로운 맛을 알게되는건 언제나 즐거워. 하나 다 먹으니 더욱 배불렀다. 아보카도처럼 버터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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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에 시작하는 노스게이트 재즈바에 가고 싶었는데, 아직 7시 반밖에 안 되어서 마야몰의 루프탑 바에 갔다. 바가 몇 개 있었는데 각각 컨셉이 달랐다. 클럽처럼 미러볼이 돌아가는 곳, 재즈 공연을 하는 곳 등. 우리는 거기서 2층이 있는 곳으로 갔다. 신분증 검사 후 팔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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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먹은 칵테일은 정말 정말 맛이 없었다. 이건 샹그리안데 감기약에 물 탄 맛이었다. 소울 없는 음식은 이제 네버… 맛난거 먹기에도 바쁘다! 하지만 선선한 루프탑에서 음악 들으니 행복했다. H언니도 신기하고(분야가 달라서) 할 얘기도 많아 즐거웠다.

 

언니랑 함께 썽태우를 타봤다. 둘 다 쫄아서 못 타다가 용기내서 같이 타봤다. 지나가는 빨간색 오픈 봉고차같은걸 손 휘저어서 부르고, 목적지를 말하면 된다. 그럼 같은 방향이면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탄다. 얼마냐고 묻지 말고 20바트를 내면 된다고 한다. 얼마냐 물으면 40바트까지 올라가고 30을 많이 부른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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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게이트에 10시 1분에 도착했는데 아불싸. 도로변까지 사람이 꽉 차있었다. 웨이팅 해도 못 들어갈 각. 찾아보니 내가 잘못 알았다. 10시부터 시작인 줄 알았는데 10시가 제일 핫한 시간이었단다. 7:30 오픈이고 공연은 8시부터 시작이래. 다음에 7 40쯤 가서 좋은 자리 앉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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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오는 길에 과일 3봉지(50BT)+망고스틴 1개(20BT)와 LEO 캔맥주를 샀다. 망고스틴 처음 먹어보는데 새콤하고 버터리한 맛이었다. 다른 과일에 비해 비싼데 맛있네. 근데 뒤에 파파야, 용과, 파인애플은 아무 맛도 안 났다. 지금이 건기고 겨울이라 과일이 맛이 안 들었단다.

어제 남은 과자를 먹으며 이직기도 한 번 퇴고하고, 편지도 쓰고, 일기도 쓰니 3시간이 훌쩍 가서 새벽 2시다. 스피커로 lo-fi 재즈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여행… 동행을 찾고 싶은 마음과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계속 왔다갔다 한다. 각자 서로의 매력이 있다.  내일은 무에타이를 해봐야지.

 

[치앙마이 노마드 Day 1] 밤비행기로 치앙마이 도착하다

[치앙마이 노마드 Day 3] 무에타이의 타이는 타일랜드의 타이었다

[치앙마이 노마드 Day 1] 밤비행기로 치앙마이 도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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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할 회사가 정해지자마자, 치앙마이행 비행기 표를 샀다. 3일 후에 출발하는 것을 구매해서 왕복 70만원(세금, 캐리어 포함. 에어아시아 1회 환승)으로 비싸게 샀다(최근에 제주항공 직항으로 60도 있다 하더라). 3월부터 우기가 시작되는데 지금은 건기라서 아직 성수기이다.
토요일마다 하는 보조강사 알바가 있어서, 한 달은 무리고 10일짜리 노마드 여행으로 계획하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현재에 살기’이다. 지난 한 달간 이직 준비를 하면서 마음이 과거에 있다가, 미래에 있다가 하며 불안정했었다. 작년에 제주도에 4일정도 혼자 있었을 때가 떠올랐다. 딱히 뭐 한것은 없고 협재 바다 앞에서 내내 리모트 근무하고 산책했는데 그 때 마음이 그 당시의 현재에 있었던 것 같더라(협재 현재? 아 이런 개그)

굳이 홀로 여행이 아니더라도, 마음 맞는 친구 한명이랑 함께 갔어도 ‘현재에 살기’를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 몇 명 물어봤지만 3일 후의 10일 여행에 함께할 친구를 찾긴 어려웠다.

그래서 혼자 톨레톨레 왔다. 비행기에선 허리랑 목이 뿌러지는 줄 알았고, 쿠알라룸프르에서 새벽 5시에 환승하는데 비영어권 국가이기도 하고 의지할 사람도 없어서 정신을 빠짝 차렸다.

그렇게 인천공항에서 밤 11시에 출발해서, 치앙마이 국제공항에 아침 9시에 도착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환전이랑 유심 구매를 야무지게 하고 택시도 150바트에 바가지 안 쓰고 잘 탑승했다.

숙소가 청소중이래서 브런치를 먹으러 왔다. 11시간동안 아무 것도 못 먹어서 starving to death했다. 영어 못하는데 10일간 영어 해야한다.

올드시티의 Fern Forest Cafe에서 Egg with pancake + Pressed Juice를 먹었다. 식물원같은 느낌에 느리고 초록한 분위기가 좋았다. 브런치에 음료 포함해서 165바트(약 6천원)들었다. 치앙마이에선 고급 레스토랑은 100~200바트, 대중 식당은 60~80바트라고 한다. 길거리 아무데나 들어가고 싶기도 한데 알파벳 없이 꼬불꼬불 태국어로만 써있고 재료 설명이 없어서 어떤 걸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시장에서 이것저것 시켜먹어보고 싶다. 아직 혼자라 쫄아있음.

와이파이가 되어서 열심히 이직기를 작성했다. 내일은 이직기를 오픈할 수 있을까? 쓰다보니까 너무 길어졌다 내일 퇴고하면서 많이 잘라내야지.

여기는 점원분이 친절하고 다정해서 참 좋았다. 치앙마이까지 오는 길에 만난 직원들이 모두 불친절해서 시무룩했는데 다시 행복해졌다.

메뉴판! 다음엔 서양식 브런치 말고 태국식 먹어야지. 착즙쥬스도 원하는 과일 3개 선택하는거라 재밌고 맛있었다. 나는 당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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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거리에서 두리안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한 입 먹고 엥?!표정 지으니 점원이 웃으셨다. 두리안 사탕이랑 같은 맛이었다. 방구맛?
얼른 리얼 두리안을 먹어보고 싶다. 65바트. 누들이 50바트인걸 생각하면 이것도 귀한 가격이군! 꽂혀있는 꽃이 깜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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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와서 짐을 풀었다. 상상보다 더 숙소가 단정하고 귀여웠다. 이곳 저곳에 작은 인형들이 놓여있다. 간접조명이 침대랑 책상 옆에 하나씩 있어서 켜두면 노란색으로 참 예쁘다. 침대 옆에 선반이 유용하고 밑에 콘센트도 있어서 여러모로 편했다. 천장 전구는 볼륨 조절하는것처럼 밝기 조절이 되는것에 홀딱 반했다. 우리 집도 있었으면 좋겠다. 종일 이동하느라 피곤해서 누웠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2시간가량 낮잠 자고 일어나서 샤워하고 J님과 똠양누들을 먹으러 님만해민으로 걸어갔다. J님은 인프런 형주님이 소개해주신 안드로이드 개발자분이신데 치앙마이에 한달간 오셨다고 한다. 요가와 무에타이, 그리고 스윙 교습소를 추천받았다! 나 목요일에 무에타이 하러간다! 끝나고 같이 핫한 샤브샤브 먹기로 했다!

같이 간 Crazy Noodles는 똠양누들이 유명한 곳이다. 나는 밥 먹으며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라 음료를 안 시킨건 미스테이크였다. 생각보다 맵거나 뜨겁지 않아서 고추가루를 더 넣었더니 내 취향만큼 자극적이게 되었다 촤하하. 수란 들어간 똠양누들이 50바트니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님만해민까지 가는 길은 다 대로변이라 저녁에 걸어도 무섭지 않았다. 밤 공기가 시원해서 덥지도 않다. 오늘 하루 종일 걸었네! 여기 저기 이동할 때마다 편도 20~30분씩 걸으니 다리가 아프다. 그럴 땐? 마사지를 받아야지 허허 내일 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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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길에 세븐일레븐에서 맥주와 화이트와인, 그리고 김맛 콩모양 과자를 사왔다. 숙소의 귀여운 책상에서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놓고 맥주를 마시며 이직기를 쓰니 참 기분이 좋았다. 이직기를 쓰는 것은 과거에 있는 것일까? 과거 생각은 그만 하게 내일 빨리 마무리 해야겠다. 그리고 가져온 책을 봐야지(J님은 치앙마이 와서 책 7권 읽으셨단다). 책 보다 질리면 토이플젝 만들어야지.

내일도 기대된다. 오늘도 앞으로도 무사한 여행이 되길.

[치앙마이 노마드 Day2] 저렴하다고 막 쓰면 하루에 2200바트 쓴다(하루 예산 800바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