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이, 시간

어제부터 이 노래만 20번째 듣고 있는 것 같다.

도입부가 Rylynn 이랑 비슷해서 ‘어라’ 했었다.

그래서 그대가 생각났었다.

곡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듣고싶어.

러프한 녹음과 보컬의 목소리에 너무도 빠져든다.

아직 나를 기억할까, 그리움 같은 그대.

눈물이 흐르는 소리 얇게 퍼져만 가네
얼굴을 파묻은 채로 흘러 가는 내 사랑
두려운 그대 앞에도 아직 남아 있지만
자꾸만 굳어져가는 내 기억의 표정

내 위로 떨어져 내린 촛농 같은 시간들
멀리서 나를 부르네 날아가야 한다고
계절은 항상 이렇게 아픔 속에 오는가
한없이 늘어만 가네 내 나이의 상처

이젠 헤어졌으니 나를 이해해줄까
사랑없이
미움없이
나를 좋아했다면 나를 용서하겠지
미련없이
의미없이
무심한 마음의 소리 어서 흘러가라고
조금 더 힘들어질 땐 편해 질 수 있다고
내게는 무거웠었지 포기했던 시간들
아직 나를 기억할까 그리움 같은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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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폐허 이후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 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 있는 골짜기에

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오규원,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 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김재진,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사람과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 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보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 소릴 챙겨 놓고 떠나라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그 전과 다를 바 없이, 아니 그 전보다 더 바쁘게 살던 도중,

문득, 문득 드는 생각.

 

‘진짜 영원히 못 보는 건가’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벼랑으로 뛰어드는 일이 안되는게 당연한 만큼.

몸이 떨려온다. 극도로 불안해진다.

애써 난 너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나보다.

 

아니 그건 아니다.

난 너를 생각한다. 하지만 다신 너를 보지 못한다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처럼 여기려 하고 있다.

그냥 내가 더 이상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듯이, 그립지만 돌아갈 수는 없는, 좋은 추억이라 생각하려 한다.

 

하지만, 더 이상 너의 눈을 들여다보지 못하거나 너에게 입맞추지 못한다는 사실이 떠오르면

정말 견디기 힘들어진다.

 

그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forget me n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