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큰롤라디오, mr.

 

기타리프가 날 꿰매는듯하다

세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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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2011/08/25 20:25

고2때 쓴 글이네

 

난 집에 들어가면 밖에 잘 나오지 않는다. 천성이 게을러서 움직이길 귀찮아하고, 허비되는 이동 시간이 아까워서이기도 한다. 그랬던 내가 요즈음은 별로 툹툴대지도 않고 밖을 얌전히 걸어다닌다. 공로자는 바로 소설가 김영하분의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이다. 김영하씨가 매 회마다 한 책을 골라 짧게는 20분, 길게는 50분정도 책에 대해 얘기해주시는 음성 파일이다. 이 책,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는 그 중 episode 3에서 소개하셨는데, [무인도의 토끼] 낭독을 듣자마자 난 눈물을 줄줄흘리며  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빌렸다.

 

성석제씨는 원래 시인으로 시작하셨는데, 그래서인지 문장들이 은유적이고, 어찌 보면 굉장히 귀엽다. 이 책 한 권을 읽으면 성석제씨의 문체가 보이는데, 반복과 점층을 굉장히 좋아하시고 앞에 나왔던 소재를 맨 뒤에 다시 등장시켜 우리를 멍하게 만드신다.   정말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문체다. 세련되고 독창적이고, 유치하지 않고 의미가 깊은.. 닮고 싶다.

 

일단 책은 단편집이라고 볼 수 있는데, 때로는 일기 같기도, 수필 같기도, 언젠가 잘때 꾼 꿈같기도 하다. 책에는 60개정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매 이야기마다 그 이야기의 제목을 가운데에 두고 마인드맵을 그린 것을 보는 기분이다. 보통 평범한 소설을 생각하면 안된다. 마인드맵 그 자체다.. 도대체 생각을 어디까지 뻗칠 수 있으신지..

 

 

중간중간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교육과정 표현을 빌리면 [주제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사실 진짜 작가들은 “아! 이 것을 전달하기 위해 소설을 써야지”이러지 않는단다. 독자마다 다른 해석이 있고, 독자마다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수많은 느낌을 끌어내는게 진짜 좋은 소설이다(라고 김영하씨가 말씀하셨다 하하). 내 감상은, 음.. 성석제씨가 내 묻혀있던 기억 한 귀퉁이를 톡 차서 와르르르르 쏟아져 나온 기분이다. 나의 옛 기억과, 지금의 이 고무된 감상과, 미래에 어떻게 할까의 삼위일체(?!)로 아주 다이나믹한 독서여행을 하고 온 느낌이다. 감사합니다 전 같은 일이 일어날 때 더 깊게 생각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문학을 읽는것의 최대 장점이 감수성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것만이 인간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도데체 인간의 존재이유는 어디 있단 것인가, 지구상에 해만 끼치는 주제에 쓸모 없기 마련이다. 진짜 수없이 들은 말이지만 인간은 생각함으로서 의미를 찾게 된다는 건 정말 진리인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나만의 우물을 파가는 것은 얼마나 보람찬가. 잊지 않도록 이렇게 글을 끼적일때조차 정리되는 나의 내면에 희열을 느낀다. 물리적으로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내가 되었으면 한다. 아무리 세상이 더러워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

 

<잊고 싶지 않은 에피소드>

1. 무인도의 토끼 : 본질은 어디에.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포인트 : 뚱뚱한 뱀 62마리와 배고픈 한마리

2. 자전거 나라 : 예정되로 풀리지 않는 인간사. 계층구조의 문제점이라고 봐야하나…? 남들 뒤만쫒       는 생각없는 삶 주의

3. 수집가 : 격변하는 삶. 새옹지마를 절실히 느낀다. 허허허…

4. 그림자밟기 : 감상의주안점 – 소설가의 호칭변화, 뒤에서의 정말 귀여워서 눈물이 나는 말싸움

5. 놀이하는 인간 : 비로소 우리는 위대한 놀이하는 인간을 잃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와 똑같은 한 인간을 얻긴 했지만.

6. 무위론자 : “그라믄 머하노” 이런사람 진짜 맥빠져서 싫다.

7. 지방색 : 산에는 ‘입산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그는 팻말을 거꾸로 돌려

“지금 산으로 들어감’이라는 뜻으로 바꿔놓았다.

 

 

 

 

바람을 잡으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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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그댈 본다면 이렇게,
잡아 둘 수는 없어요

가만히 눈을 감고 나 이렇게,
바람을 잡으려 해요

두발을 띄우고 어깨에 앉아
하늘을 보세요

더많은 것들을 보고 있어도
원할 필요는 없어요

상처 주고 있다 말하지 마요
그댄 참 예뻐요

더 많은것들을 원하더라도
말할 필요는 없어요

집단지성에 대한 단상 – 피플게이트를 사례로 들어.

진유림이 주절주절 두서없이 말하고 신동찬이 작품으로 승화시키다

 

 

 

현재 집단 지성은 기업 등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창의적 활동의 대표 키워드이다. 따라서 각 기업들은 집단 지성에 기대 조직 내부에서 만들어 낼 수 없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한다. 그에 대표적인 예시가 대학생 공모전을 들 수 있다. 대학생 공모전은 싼 비용으로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자리매김 되어 있다. 특히, 스펙이라는 사회적 키워드를 투영해 수단의 정당성도 확보 했다. 이로써, 집단지성은 개인들이 사익을 위해 헌신하는 매카니즘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기업과 사회의 구조에서만 비춰 본 전통적인 집단 지성이라 우리는 과감하게 이야기한다. 특히 인터넷 망의 보편적 보급은 이것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우리가 집중한 사례는 ‘피플게이트’라는 SNS 서비스이다.

 

1) 돈이 오간다면 헌신이라 할 수 없다 생각한다. 행동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례로 삼은 SNS ‘피플게이트’는 돈이 오가지 않는다. 돈 대신 칭찬 점수가 오간다. 칭찬 점수를 통해 사람들이 얻는 것은 결국 커뮤니티 내에 네임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기존의 보상과 동일시 될 수는 없다. 어느 조직이나 더 많은 기여를 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인데, 그에 대한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다만, 돈은 그 특성상 집단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한쪽에서 한쪽으로 단순 이동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야기하는 보상과 동일시 될 수 없다.

 

2) 실제 헌신이 오가는 곳이다. 여기서 헌신이란 자신의 시간을 들여 노동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피플게이트에서는 과거 두레와 같이 서로가 가진 장점 공유하도록 주선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할 수 있다.

 

3) 좋은 자료를 올리면 결과적으로 나에게 또 다른 좋은 자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료는 인터넷에 넘치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인사이트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정리르 잘하느냐가 가치를 결정하는데, 더 많은 사람이 있다면 더 좋은 자료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내가 좋은 자료를 올려 커뮤니티의 가치를 높이면, 더 많은 사람이 커뮤니티에 방문하게 되며 그에 따라 더 좋은 자료가 공유될 가능성 또한 높아지게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새로운 보상 체계를 정리해 보면,

1. 집단지성 참여자가 가치의 단순 이동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성장하는 활동에 기여하는 것을 추구하게 한다.

2. 칭찬 등 본인이 한 활동에 대한 커뮤니티 내의 인정이 중요하다.

3. 결과적으로 언젠가 다른 전문가의 자료가 필요할때 나도 도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

 

 

 

 

 

 

내가 박사과정을 포기하는 이유

이달 초,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의 한 박사과정 학생은 졸업을 몇 달 앞둔 상황에서 학교를 그만두며 학교의 모든 연구원에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의 편지는 1000 번이 넘는 트위터의 RT와 13000 번의 페이스북 like 를 받았습니다. 아래는 그 편지의 요약입니다.

이달 초,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의 한 박사과정 학생은 졸업을 몇 달 앞둔 상황에서 학교를 그만두며 학교의 모든 연구원에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의 편지는 1000 번이 넘는 트위터의 RT와 13000 번의 페이스북 like 를 받았습니다. 아래는 그 편지의 요약입니다.

내가 박사과정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나는 학계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고 믿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학계는 차라리 거대한 지원금을 집어 삼키면서 무의미한 결과들만을 양산하는 진공청소기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학문의 진전보다 자신의 이력만을 신경쓰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습니다.
아래에 구체적인 학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나는 두 가지를 먼저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모든 것들은 내가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세계 여러 곳의 학문적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느낀 점들입니다. 또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내가 말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특정한 누군가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학계는 더 이상 제어 불가능한 상태로 빠져들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합니다.
나는 오늘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실제로 무언가를 ‘배우고’ 학문에 어떤 기여를 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적어도 나는 그랬습니다. 만약 당신도 그렇다면, 내가 아래에 기술한 좌절들에 어느 정도는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과학이 아닙니다. 비즈니스입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학문의 목적은 우리를 둘러싼 우주를 이해하고, 진실을 찾으며, 이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배워왔습니다. 나는 이 진실을 찾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단호한 정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학계에 들어와 가장 처음 배우는 것은 ‘너무 정직함’이 곧 ‘너무 솔직함’으로도 불리며 여러분의 단점으로 생각된다는 사실입니다. 또 자신의 연구를 ‘광고’해야 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해야 하며, 단어의 선택에 있어서도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사람들은 연구의 내용보다는 화려한 발표에 신경을 쓰며, 인맥 역시 부도덕하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활용해야 합니다. 이러한 학계의 모든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알고 나면 이런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연구가 가끔씩 나온다는 것에 오히려 놀라게 됩니다.
젊은이여, 열심히 연구하라. 언젠가는 당신도 연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는 가끔 학계의 많은 연구가 나와 같은 학생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어이없음을 느낍니다. 진정 학문을 전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수많은 교수들이 학문 연구에 쓰는 시간은 극히 적습니다. 많은 이들이 학생이 작성한 논문을 읽어주는 댓가로 자신을 저자에 포함시키기를 요구합니다. 학생들 역시, 자신이 연구를 하는 이유가 언젠가 자신도 직접 연구를 할 필요가 없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인지 궁금해 합니다.
학계의 퇴행적 현실: 박사과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들이 스스로 연구 주제를 선택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도교수의 취향에 따라 연구 주제를 할당받게 된다는 사실과, 이 주제가 충분히 의미있는 것이 아님이 밝혀졌을 때의 책임을 학생들이 지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지도교수와의 알력은 학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결국 학생들은 현실적 이유로 스스로를 어느 정도 속이게 되고 이는 이들의 미래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독창성은 곧 독이 된다: 독창적인 연구는 대체로 출판되기 힘듭니다. 또 오늘날과 같이 논문의 수가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결과가 나오기까지 적어도 10년이 걸릴 지 모르는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런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이상적인 학계라면, 이미 충분한 실력을 검증받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도전을 권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이미 잘 알고 있으며 쉽게 논문을 쓸 수 있는 문제에만 도전하고 있고, 그 결과 그들의 이력서에는 하나의 분야에 있어 작은 차이들을 발표한 많은 수의 논문들로 가득차게 되었습니다.
유행을 따르는 연구자들: 사실 유행하는 연구주제를 선택하는 것은 오늘날 연구자들에게 매우 편리한 방법입니다. 우선 다른 사람들에게 왜 이 주제를 택했는지를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당신의 연구를 사람들이 인용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인용지수의 상승은 당신의 인지도를 높이며, 당신은 당신과 비슷한 기회주의적 학자들 사이의 네트워크에 낄 수 있고 카르텔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이러한 경향은 연구의 질을 낮출 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이들은 그 분야의 성장이 정체되었을 때 그 유행했던 연구방법을 적절하지 않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하려 합니다.
숫자에 중독된 연구자들: 오늘날 수많은 연구자들은 인용 빈도(citations), 피인용지수(impact factors), 논문 수 등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습니다. 때로 이들은 익명으로 다른 사람의 논문을 검토하면서, 자신의 논문을 인용하라는 평을 남깁니다. EPFL의 총장은 매년 우리 학교의 순위를 이야기하는 전체 메일을 보냈습니다. 나는 항상 이 순위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만약 총장이 우리 학교의 연구가 세상의 어떤 어려움을 해결했고, 어떻게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었는지를 말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옹고집과 폭력성: 나는 종종 학계의 많은 이들이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거나, 또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한 것에 악이 받혀 늦게서야 남들에게 복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학계에서의 공격성은 다양하게 표출됩니다. 이들은 피어리뷰를 통해 다른 이를 공격하며 학회에서 직접 서로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나는 한 분야의 가장 뛰어난 학자들 조차 새로운 방법론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쓰레기”라고 부르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학계는 가장 성공적인 사기 시스템: 학계의 모든 이들은 진지하게 자신들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정말 필요한 존재들인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돈이 학계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 결과로 자신이 속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이해되는 결과를 내어놓고 있으며, 그 결과 이들의 작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거의 가능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위의 것들이 나의 관점에서 본 학계의 문제점들입니다. 아마 다른 이들은 또 다른 문제점들을 여기에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진짜 학문”은 이상적인 개념일 뿐이며 현재의 시스템에서 이를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나 역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박사과정을 그만두는 것은 개인적인 결정일 뿐이며, 이것은 전혀 해결책이 아닙니다. 나는 단지, 사람들에게 이런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고, 그들이 어떤 책임감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아직 나의 동년배들 중에는 “학계”와 “학문”이 동의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생각을 접고, 다른 방법으로 나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추구할 생각입니다.
한 때 나도 내 이름 뒤에 붙을 ‘박사’라는 호칭을 꿈꾸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 꿈을 버립니다. 그렇다고 내가 지난 4년간 배웠던 모든 지식이 같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 점에 대해서는 나는 이 학교에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는, 더 이상 나는 학계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고 믿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학계는 차라리 거대한 지원금을 집어 삼키면서 무의미한 결과들만을 양산하는 진공청소기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학문의 진전보다 자신의 이력만을 신경쓰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습니다.
아래에 구체적인 학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나는 두 가지를 먼저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모든 것들은 내가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세계 여러 곳의 학문적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느낀 점들입니다. 또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내가 말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특정한 누군가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학계는 더 이상 제어 불가능한 상태로 빠져들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합니다.

나는 오늘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실제로 무언가를 ‘배우고’ 학문에 어떤 기여를 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적어도 나는 그랬습니다. 만약 당신도 그렇다면, 내가 아래에 기술한 좌절들에 어느 정도는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중요한 것은 더 이상 과학이 아닙니다. 비즈니스입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학문의 목적은 우리를 둘러싼 우주를 이해하고, 진실을 찾으며, 이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배워왔습니다. 나는 이 진실을 찾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단호한 정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학계에 들어와 가장 처음 배우는 것은 ‘너무 정직함’이 곧 ‘너무 솔직함’으로도 불리며 여러분의 단점으로 생각된다는 사실입니다. 또 자신의 연구를 ‘광고’해야 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해야 하며, 단어의 선택에 있어서도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사람들은 연구의 내용보다는 화려한 발표에 신경을 쓰며, 인맥 역시 부도덕하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활용해야 합니다. 이러한 학계의 모든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알고 나면 이런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연구가 가끔씩 나온다는 것에 오히려 놀라게 됩니다.

2. 젊은이여, 열심히 연구하라. 언젠가는 당신도 연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는 가끔 학계의 많은 연구가 나와 같은 학생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어이없음을 느낍니다. 진정 학문을 전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수많은 교수들이 학문 연구에 쓰는 시간은 극히 적습니다. 많은 이들이 학생이 작성한 논문을 읽어주는 댓가로 자신을 저자에 포함시키기를 요구합니다. 학생들 역시, 자신이 연구를 하는 이유가 언젠가 자신도 직접 연구를 할 필요가 없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인지 궁금해 합니다.

3. 학계의 퇴행적 현실: 박사과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들이 스스로 연구 주제를 선택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도교수의 취향에 따라 연구 주제를 할당받게 된다는 사실과, 이 주제가 충분히 의미있는 것이 아님이 밝혀졌을 때의 책임을 학생들이 지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지도교수와의 알력은 학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결국 학생들은 현실적 이유로 스스로를 어느 정도 속이게 되고 이는 이들의 미래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독창성은 곧 독이 된다: 독창적인 연구는 대체로 출판되기 힘듭니다. 또 오늘날과 같이 논문의 수가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결과가 나오기까지 적어도 10년이 걸릴 지 모르는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런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이상적인 학계라면, 이미 충분한 실력을 검증받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도전을 권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이미 잘 알고 있으며 쉽게 논문을 쓸 수 있는 문제에만 도전하고 있고, 그 결과 그들의 이력서에는 하나의 분야에 있어 작은 차이들을 발표한 많은 수의 논문들로 가득차게 되었습니다.

4. 유행을 따르는 연구자들: 사실 유행하는 연구주제를 선택하는 것은 오늘날 연구자들에게 매우 편리한 방법입니다. 우선 다른 사람들에게 왜 이 주제를 택했는지를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당신의 연구를 사람들이 인용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인용지수의 상승은 당신의 인지도를 높이며, 당신은 당신과 비슷한 기회주의적 학자들 사이의 네트워크에 낄 수 있고 카르텔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이러한 경향은 연구의 질을 낮출 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이들은 그 분야의 성장이 정체되었을 때 그 유행했던 연구방법을 적절하지 않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하려 합니다.

5. 숫자에 중독된 연구자들: 오늘날 수많은 연구자들은 인용 빈도(citations), 피인용지수(impact factors), 논문 수 등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습니다. 때로 이들은 익명으로 다른 사람의 논문을 검토하면서, 자신의 논문을 인용하라는 평을 남깁니다. EPFL의 총장은 매년 우리 학교의 순위를 이야기하는 전체 메일을 보냈습니다. 나는 항상 이 순위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만약 총장이 우리 학교의 연구가 세상의 어떤 어려움을 해결했고, 어떻게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었는지를 말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옹고집과 폭력성: 나는 종종 학계의 많은 이들이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거나, 또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한 것에 악이 받혀 늦게서야 남들에게 복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학계에서의 공격성은 다양하게 표출됩니다. 이들은 피어리뷰를 통해 다른 이를 공격하며 학회에서 직접 서로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나는 한 분야의 가장 뛰어난 학자들 조차 새로운 방법론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쓰레기”라고 부르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6. 학계는 가장 성공적인 사기 시스템: 학계의 모든 이들은 진지하게 자신들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정말 필요한 존재들인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돈이 학계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 결과로 자신이 속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이해되는 결과를 내어놓고 있으며, 그 결과 이들의 작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거의 가능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위의 것들이 나의 관점에서 본 학계의 문제점들입니다. 아마 다른 이들은 또 다른 문제점들을 여기에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진짜 학문”은 이상적인 개념일 뿐이며 현재의 시스템에서 이를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나 역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박사과정을 그만두는 것은 개인적인 결정일 뿐이며, 이것은 전혀 해결책이 아닙니다. 나는 단지, 사람들에게 이런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고, 그들이 어떤 책임감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아직 나의 동년배들 중에는 “학계”와 “학문”이 동의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생각을 접고, 다른 방법으로 나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추구할 생각입니다.
한 때 나도 내 이름 뒤에 붙을 ‘박사’라는 호칭을 꿈꾸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 꿈을 버립니다. 그렇다고 내가 지난 4년간 배웠던 모든 지식이 같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 점에 대해서는 나는 이 학교에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