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Sound body, Sound mind’다.
첫 날보다 두번째 날 더 좋았고, 두번째 날보다 오늘 치앙마이가 더 좋았다.
아점은 산책하면서 찜꽁해둔 Baan Landai에서 갈색 누들을 시켰다. 초록색 이파리에 둘러쌓인 작은 음식점이다.
이직기도 다 써서 올렸겠다 오늘은 노트북을 안 들고왔다. 노-노트북이니 ‘트북’ 데이. 하ㅎ핳
달큰하고 맛있는데 나는 더 향신료적이고 맵게 먹고싶었다. Chilly가루를 더 달라고 하니 자극적이게 먹고 싶은 내 의도를 알고 라임도 더 가져다주셨다. 더 마싯었는데 좀 매웠다 과유불급.
숨쉬듯 가볍게 책을 읽으며 얌얌 먹었다.
딸기라떼도 주문했다. 태국은 참 커피류가 맛있다. 이 딸기는 추후에 유용하게 쓰이는데…
(딸기라떼 포함 139BT)
오늘은 페이스북 티에 냉장고바지를 입었다. 왜냐면 무에타이 체험클래스에 가는 날이니까!
길 가다가 만난 닭즈.
사원 앞에 한 500마리정도 놓여있다. 진짜… 엄청 많아서 입떡벌
태국은 산책하면 사원 한 2~3개씩은 보이고 그러하다
치앙마이 무에타이짐 도착! 무에타이의 Thai가 Thai의 Thai였구나!
J님이 300BT짜리 일일 쿠폰 양도해주셔서 함께 손잡고 갔다.
손에 압박붕대같은걸 감고 시작한다.
처음에 준비운동으로 몇 바퀴 뛰고 기본 동작을 알려주셨다.
쨉, 엘보우, 사이드킥, 턴 킥 등등을 아일랜드에서 오셨다는 나이 있는 여성, 중국에서 온 꼬마들, 엄청 잘하는 문신 백인맨 모두 함께 열심히 연습한다.
샌드백이랑 혼자 좀 연습하다 사부님이랑 빡시게 쉬지않고 펀치날리고 킥날리고 3라운드를 한다. 너 무슨 운동 했냐고 태권도 했냐고 묻길래 합기도랑 주짓수 했다고 말했다. 훗 나는 경험자라구 -> 라고 생각하며 나대면서 과하게 하다가 지금 다리근육 아작남.
아까 커피에 남겨둔 딸기 먹었다. 당충전이 되었다.
아… 다리 아프다. 이 난리 치고 오늘 17000보를 걸었다. 치앙마이 와서 매일 만오천보 훌쩍 넘게 걸어다닌다. 근데 참 걷기 좋은 도시다. 날씨도 따끈한데 딱히 습한 느낌은 없다. 저녁은 선선하고.
끝나고 또 걸었다. 실외기 월드를 보았다.
J님이 가고 싶으셨다는 샤브샤브집에 갔다. 현지 이름은 อร่อยจุ่มแซบ이다. 구글맵은 요기. 메뉴판에 알파벳이 없어서 당황했는데 알고보니 인당 99BT에 무한으로 가져다 먹는것이었다. 입떡벌. 맥주는 70BT인데 샤브에 비해선 비싼 편인거같다.
재료가 너무 많아서 헷갈렸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얇은 샤브샤브 고기가 아니고 구워먹는것같은 두꺼운 고기다. 그래서 탕처럼 끓여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고수 류의 향신료가 많아서 듬뿍듬뿍 넣어 끓여먹었다. J님도 향신료 좋아해서 넘나 좋다!
맛있게 먹으며 개발, 연애, 이상한 사람들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너무 빨리갔다. 오늘 무에타이부터 쭉 함께했는데 계속 이야기거리가 끊이지 않고 넘 즐거웠다. J님 덕분에 혼자였으면 못했을 새로운 경험 많이 했다. 감사해오!!!
J님이랑 헤어져서 나는 다시 숙소를 향해 걸었다. 마야몰 앞에 예쁘게 등이 켜져있었다. 야시장이 열렸다. 혼자 쇼핑하는거 너무 재밌었다. 보고싶은거 찬찬히 느긋하게 보고, 시선 생각 안 하고 이상한 물건들 샀다. 맥북 들어가는 타이 가방(200BT), 코끼리 거북이 물방울 은귀걸이 3쌍(300BT), 타이타이한 원피스(300BT)를 샀다. 맘에 쏙 드는걸 사서 행복했다. 돈은 정말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거라 소소한 행복에는 망설임 없이 돈을 쓰자는 생각이 든다.
행복
오늘를 실로 풍요롭고 찬란하게 만들어준 장본인은 이 버스킹밴드다.
지나가다 남성 보컬의 목소리에 이끌려 서서 들었는데, 처음 듣는 노래임에도 몸이 들썩들썩 움직이고 아무 생각도 안 났다. 와~~~ 박수 치고 한곡 더 듣고 다시 떠나가는데, 여성 보컬이 ‘Saving all my love for you’를 부르는 것에 홀린듯이 돌아왔다. 소중하고 아름답고 꾸밈없는 목소리였다. 보컬 둘, 드러머 한분이 ‘Burgundy’라는 그룹인것 같았다. 10분동안 서서 쿵짝쿵짝 흔들며 들었다. 두분 다 꾸밈없어보이는데 기타를 쥑이게 치고 뒤돌아서 궁딩이를 씰룩씰룩 하는것에 완전 반했다. 팁 주고 이제 정말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야몰에서 숙소는 10분씩 2번 직진을 하면 도착한다. Saving all my love for you를 따라부르며 걸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걷고 싶으면 걷고, 주스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노래 듣고 싶으면 걸음을 멈춰 듣고. 마음의 건강을 찾은 느낌이었다.
그 전엔 혼자 있는걸 오질나게 싫어했었다. 하루만 말 안하고 집에 있어도 우울해졌었다. 근데 왜 제주도 여행 이후로 이렇게 홀로 여행에 집착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혼자 집에 있는건 별로 좋지 않다. 나는 혼자 나가서 새로운 것을 하는걸 좋아하더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3가지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애인과 있을 때의 충만한 사랑에 감싸인 기분, 그리고 아끼는 친구들과 함께일때의 편하고 깔깔거리는 기분. 나머지 하나는 홀로 하는 여행에서 느끼는 나와의 관계이다. 앞의 두 가지 느낌이랑은 또 다른, 내 두 다리로 건강하고 단단하게 땅 위에 선 기분이다. 세 가지 관계가 내게는 모두 필요하다.
내일도 열심히 걸어야지.
[치앙마이 노마드 Day 1] 밤비행기로 치앙마이 도착하다
[치앙마이 노마드 Day2] 저렴하다고 막 쓰면 하루에 2200바트 쓴다(하루 예산 800바트)
함께 있는 것만 같은 타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