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트엔드 개발자가 되고 싶지 않았던 프런트엔드 개발자의 이직기

White hand가 되다

12월 말, 영하 20도. 2년간 행복했던 스마트스터디에서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한창 송년회 시즌이어서 바쁜 벌꿀이 되어 슬퍼할 시간이 없었다. (다만 사람들마다 퇴사의 이유를 물어서 대답하는게 빡셌다. 앞으로 물어볼때마다 커피 1잔!)

사실 다음 회사는 asbubam님의 공개 레주메처럼 공개구직을 해보고 싶었다. 어찌어찌 바라던 되로 되었지만, 막막했다.
가장 우려되었던 것은, ‘과연 내가 원하는 회사를 갈 만한 실력이 있는가?’.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근데 지금 가고 싶은 회사가 없다’.

나는 어떤 회사에 가고 싶을까?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싶을까?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 그 전에, 과연 나는 개발자가 되고 싶긴 한걸까?

사실 만들고 싶은 분야가 명확했다. 중학교 때부터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시간관리 방법론’이었다. 모르는 사람들이랑 초시계 스터디 그룹도 만들어보고, 불릿 노트, 뽀모도로, 엑셀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처음 개발한 토이 프로젝트도 ‘Food Todo‘라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입힌 투두리스트였다. 만들고 싶은 것을 위해 개발을 하고, 부가적으로 디자인과 커뮤니티 활동을 했다. 지금은 눈에 보이는 프런트엔드 개발이 가장 재미있지만, 백엔드와 디자인, 그리고 기획에도 참여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이왕 시간 많은 백수가 된 겸, 다양한 회사에 놀러가 대화를 나누어 내가 정말로 가고 싶은 회사를 찾고 싶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긴 포인트는 다음과 같았다.

  1. 온라인 서비스로 먹고 사는 곳인가: 전 직장이 컨텐츠 회사여서 이번엔 개발한 프로덕트가 중요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2. 사업의 확장성은 어떻게 되는가: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3. 내 업무의 범위는 어떤가: 프런트엔드 개발을 메인으로 하고, 기획과 디자인에도 열린 마음으로 토론할 수 있는 곳을 가고 싶었다.

일단 블로그 메인 화면에 간단한 이력을 적고, 최상단에 Available for hire상태를 걸어놓고 관심 있는 회사는 메일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렇게 받은 29개의 메일 중, 9개 회사에 티타임 신청을 하였다. 그렇게 과로사 할 것 같은 한달간의 백수 생활이 시작되었다.

티타임 혹은 알콜타임

티타임에서 깨달은 가장 큰 점은, ‘한국에 가고 싶은 회사가 없다’라 말한 내가 정말 멍충했고 우물 안 개구리었다는 것이다.

직접 찾아가 함께 일할 개발자들과 이야기 나누니, 회사마다의 고유한 매력이 눈에 띄었다. 아래 리스트는 모두 티타임 후 입사하고 싶어졌던 회사들이다.

금융 관련 서비스
개발을 정말 사랑하고 깊숙히 다루는 고수들이 모여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서비스에 대한 CTO님의 확신과 비전이 멋졌다. 티타임 프로세스도 체계적이었다.

포인트 관련 서비스
내가 매우 선망하는 디자이너님이 계시는 회사이다. 함께 일하면 UI디자인에 대한 감각이 많이 성장할 것 같은 기대가 들었다. 파이썬을 정말 잘 쓰는 회사인 것도 좋았다. 페미니즘적으로도 다니기 좋은 회사라는 점도 큰 플러스 포인트였다.

게임회사의 데이터분석 팀
팀 멤버분께서 나를 잘 소개해주셔서 티타임(실은 고기타임) 분위기가 좋았다. 서로의 장점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런트부터 백엔드, 그리고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식품 관련 서비스
회사 이야기 외에도 앞으로의 비전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어서 즐겁고 뜻깊었던 시간이었다. 매출액이 커서 놀랐다. 회사에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렜다. 회사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독서모임에 대한 애정과 확신도 큰 차밍포인트였다.

대기업의 스핀오프
전에 뵈었던 좋은 기억의 개발자분이 소개해주셨는데, 4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청자’의 시간이 길었음에도 이렇게 재밌었던것은 오랜만이다. 새로운 프로젝트와, 제안해준 롤도 마음에 들었다. 당장 지원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 조만간 또 볼거라는–말을 들으며 헤어졌다.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여기도 2시간이 금새 흘렀다. 처음 뵌 대표님과 CTO님도 유쾌&진지가 섞여있어서 즐거운 분들이었는데, 그 외 팀원들도 내가 뒤에서(?) 좋아하던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호감이 상승했다. 서비스도 원래 내가 잘 쓰고 있었고 해결하려는 메세지가 나의 비전과도 통해서 관심이 갔다. 모두가 반말을 쓰는 문화가 재밌었다(정말로 반말)

포털의 머신러닝 조직
머신러닝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고, 백엔드-프런트-디자인을 내가 원하는 기술을 써서 만들어도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내 강점과 취미가 ‘돌아가는 것을 빠르게 프로토타이핑’라는 것이니까. 피부 톤을 머신러닝으로 알아내는 것을 만들고 싶단 마음이 들었다.

글로벌 오픈소스 스타트업
소스콘때 인연으로 알게 된 CTO님이 메일을 보내주셨다(역시 커뮤니티는 짱입니다). 메일을 보고 감동받아 트위터에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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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시작된 배경, 앞으로의 비전, 그리고 내가 여기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고 무엇을 서로(회사와 나 모두) 얻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메일이었다. 마지막 문장은 이러했다. ‘기술, 연봉, 문화, 재미 면에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고, 유림님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곳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유림님이 가장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어떤 도전을 하고 싶으신가요?’.

이것저것 메일로 질문했고, 다정하고 디테일한 답변을 주셨다(11개의 메일을 주고받았네). 지원하겠다는 메일을 보내니 CEO님과의 티타임 일정이 잡혔다. 이태원 카페에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팀에 대한 신뢰와 서비스에 대한 확신 가득한 에너지가 느껴쪘다.
무엇보다, 내 다양성을 존중해주었다. 네가 원하면 커뮤니티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고. 한국을 넘어 미국에서 해도 되고, 혹시 영어가 문제가 된다면 통역과 함께라도 제대로 해보아라.
내가 중점으로 둔 3가지 포인트(온라인 서비스, 확장성, 업무 범위)를 모두 만족하는 유일한 회사였다. 그렇게 마음속의 1지망이 되었다.

면접을 보자

함께 퇴사한 분들이 여기저기 추천해주셔서 면접은 퇴사 직후부터 바로 진행되었다.
중간에 일주일간 세부에 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오느라 면접 프로세스가 조금 길어졌다(표는 예전에 사뒀지만 뜻밖의 퇴사여행이 되었다).

메신저 회사
처음으로 본 기술면접이었다. 벼락치기로 준비했고 생각보다 거기서 많은 질문이 나와서 열심히 대답했다. 8할 이상이 js질문이었다. 끝에 “이 팀은 일본 출장도 종종 가는데 괜찮으신가요?”물어보기도 해서 좀 행복했다. 그리고 결과는 광탈이었다. 흑흑..!

게임회사의 데이터분석 팀
해커랭크로 코딩 테스트를 보았다. 5시간에 3문제를 푸는거였고, 난이도는 코드워즈나 해커랭크 푸는 분들께는 양호한 정도였다. 이후는 기술면접이었는데, 특이한 점은 1시간 일찍 와서 필기시험을 본다는 것이었다. CS관련 문제들이 나왔고, 나는 자연스럽게(?) 반을 백지로 냈다. 면접관으로 2분이 오셨는데 긴장도 풀어주시고 감사했는데 두분 모두 백엔드 개발자셨다. 프론트 질문이 없어 아쉬웠다. 그리고 2번째 광탈을 했다. 이쯤 되니 마음이 쫄리기 시작했다. 나는 과연 가고 싶은 회사에 갈 수 있을까?

포털의 머신러닝 조직
전에 봤던 면접의 감을 살려 1차 기술면접을 보았다. 여기도 js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2차 기술면접 안내가 왔다. 내가 이상하게 봐서 재검증을 해야하나 싶었는데 원래 있는 프로세스라더라. 2차에서는 리액트를 물어볼 것 같아 공식문서를 정독하고 갔다(번역해준 조은님 감사합니다). 이는 오산이었고 내가 대답을 잘 못하는 게 보여서 분하고 아쉬웠다. 끝나고 대답 못했던거 찾아보며 많이 슬퍼했다. 확실히 면접에서 공부가 최고의 효율로 잘 되는 것 같다. 이번 면접을 통해 정말 많이 성장했다. 살짝 반전은 2차 기술면접에 통과해서 임원면접을 보러갔다는 것이다. 20분 정도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합격 메일을 받았다. 신났다.

글로벌 오픈소스 스타트업
이 회사 면접 프로세스의 특이한(?) 포인트는 3가지가 있었다.
1. 전 과정이 영어로 진행된다: 작은 회사지만 5가지 인종이 섞여있고 영어로 일한다
2. 인터뷰 단계가 길다: 폰인터뷰 -> 과제(7일)&폰인터뷰 -> On-site인터뷰
3. 마지막 On-site인터뷰는 6시간이다

의외의 사실은 이 일련의 과정이 즐거웠다는 것이다. 폰 인터뷰는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경험한 기술에 대한 질문이었고. 과제는 만드는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매우 즐거운 과정이었다. 게다가 오랜만에 코딩하고 디자인하니 기분이 좋았고(약간 오랜만에 운동한 기분) 새벽 4시까지 하곤 했다. 간단한 노트북을 만들었다. 가장 부담스러웠던 6시간짜리 On-site인터뷰는 특이하게 내가 혼자 주저리 말하는 시간이 한 번도 없었다. 주고받고 이야기 나누며 함께 코딩했으며, 한 시간씩 로테이션하며 새로운 팀원과 함께 코딩을 해서 나도 회사와 개발문화에 대해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도움되는 자리였다. 아침 10시에 와서 저녁 6시에 끝났다. 함께 점심도 먹었다. 다음 날 합격 메일을 받았다. 앗싸 소리가 나왔다. 한 달간 고생한 게 떠올랐다.

연봉협상

추운 날 퇴사했는데, 계약서에 싸인하러 가는 날에도 한파주의보 문자가 왔다. 추위에 내가 떨리는건지, 연봉협상에 떨리는건지 모르겠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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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다. 역시 외국계. 스톡옵션이 있어 서비스를 성공시키겠다는 욕심이 물씬 난다. 이것이 페이열정?
연봉협상 후 카페에 와서 치앙마이행 비행기 표를 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사실 치앙마이다. 10일간 디지털노마드 하러 왔다(어제 DAY1 후기를 썼다).

다녀와서 아파치 제플린의 회사, ZEPL로 출근합니다!

힘들었던 순간

생각보다 면접 과정이 길었다. 합격한 두 회사 모두 퇴사하자마자 지원했는데 딱 한 달 걸렸다. 그리고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리는게 힘들었다. 코인 시세 보는것처럼 30분에 한 번씩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재미있는 넷플릭스를 봐도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하다. 결과 기다릴 땐 보통 3시간도 못 잤다.

그리고 뜻밖의 힘들었던 점은, 가족이 건강보험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모두 백수 기간이 겹쳤는데, 부양가족 3인을 맡던 내가 퇴사해버린것이다. 취직하니 나 엄마 아빠가 모두 행복해했다. 엄마가 그 사이에 알바하느라 고생하셨다.

하루는 술을 너무 마시고 집에 들어와서 뻗은 날이 있었다. 다음 날 엄마가 내 등짝을 후두려패며 어제 Josh에게 연락 계속 오길래 당신께서 유림이 집에 들어왔다 답장하셨다고 했다.  대화 내용을 무방비하게 봤다가 눈물이 급 나왔다.
잘 들어왔다니 다행이라고, 유림이가 요즘 면접 준비로 심적으로 지쳐있어서 그랬나보더라고.
엄마의 답장으로는, 유림이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거 잘 안다고. 다음에 맥주 사겠다고.

묵묵히 응원해주고 함께해준 가족도 고맙지만, Josh도 정말 정말 고맙다. 문자 그대로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고, 이력서와 면접 준비에 너무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기 죽지 말라며 맛있는 것을 꾸준히 맥여주었다. 베리 땡큐고 찡하다.

아 맞아 13년도 비레티나 맥북으로 작업하는것도 힘들었다. 정말… 느리고 중간중간 죽는다.

다시, 출근

이직은 내게 생각치 못한 것들을 주었다. 자바스크립트를 다시 깊이 파보는 계기가 되었고, 나 자신이 현재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혼자 살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도 느꼇다. 회사에 방문할 기회를 준 지인들께도 감사하고, 본인 이야기처럼 내 말을 들어준 친구들에게도, 그리고 퇴사 축하한다며 리얼한 뱀 인형을 준 연수에게도 감사하다.
사실 한 달간 요일 감각 없이 살아왔는데, 다시 출근을 해야한다는게 부담스럽기도 하다. 뭐 그래도 어쩌겠어 가장 나가신다

면접 준비에 도움이 ‘정말로’ 되었던 링크

이기중 님의 풍자

어렸을 적 나는 기막힌 기사 하나를 본 적이 있다. 총리가 기업인에게 비타500을 받았다가 목숨을 내놓게 되었다는 얘기였다.

나는 그래서 비타500과 총리에 대해 한참 생각해보고 난 끝에 색연필을 가지고 내 생애 첫 번째 그림을 그려보았다. 나의 그림 제1호였다.

나는 그 걸작품을 어른들에게 보여 주면서 내 그림이 무섭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종이상자가 뭐가 무섭다는 거니?” 하고 대답했다.

내 그림은 종이상자를 그린 게 아니었다. 그것은 5만원권 600장을 담고 있는 비타500박스였다.

그래서 나는 어른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종이상자의 속을 그렸다. 어른들은 언제나 설명을 해주어야만 한다.

어른들은 속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하는 비타500 그림들은 집어치우고 차라리 중동이나 남미 쪽 일자리에 관심을 가져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충고해 주었다.

(중략)

“총리를 그려 줘!”

“뭐라고?”

“총리를 그려 줘.”

나는 그녀의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에 너무도 놀라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내가 말을 걸었다.

“그런데…… 왜 그러지?”

그러자 그녀는 아주 심각한 이야기나 되는 듯이 소곤소곤 다시 되풀이해 말했다.

“부탁이야…… 총리를 그려 줘……”

너무도 인상 깊은 신비스러운 일을 당하게 되면 누구나 거기에 순순히 따르게 마련이다.

총리는 한 번도 그려 본 적이 없었으므로 나는 그녀를 위해 내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려 주었다.속이 보이지 않는 비타500의 그림말이다.

그러자 그녀는, “아냐, 아냐, 비타500 속의 3천만원은 아주 위험해, 정치하는데 돈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총리를 그렸다.

그녀는 주의 깊게 바라보더니,

“안돼! 그 총리는 비리가 너무 많은 걸”하고 말했다.

“다시 하나 그려 줘.”

나는 또 그렸다. 그러나 그것도 거절을 당했다.

“그건 너무 막말을 많이 했어.”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대충 끄적거려 놓고는 한 마디 툭 던졌다.

“이건 수첩이야. 네가 원하는 총리는 그 안에 있어.”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환히 밝아지는 걸 보고 나는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야! 이 총리는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어?”

“왜 그런 걸 묻지?”

“내가 사는 곳의 청문회는 아주 엄격하거든……”

“정말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줄거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벌써 여섯 번째인 걸. 어머! 또 낙마했네……”

이렇게 해서 나는 수첩 공주를 알게 되었다.

워렌 버핏이 대학생들에게

워렌 버핏이
미국의 대학생들에게 물었다.

자신의 미래 수익의 10%를 투자해야 한다면
투자하고 싶은 사람을 주위에서 골라 보십시오.

가장 잘생긴 사람이나 운동을 잘하는 학생?
키가 큰 학생, 가장 날쌘 학생, 가장 돈이 많은 학생?
머리가 좋은 학생?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학생을 고르진 않습니다.

당신이 고르는 대상은
그들 가운데 가장 인격이 뛰어난 사람 일 것입니다.
누가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릴지
모든 사람은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당신이 가장 투자하고 싶지 않은 사람,
다시 말해 가장 수익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골라 보십시오.

이번에도 가장 성적이 떨어지거나
운동시합이 있을 때마다 후보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만년 벤치나 데우고 있는 학생이나,
나아가 지능이 가장 떨어지는 학생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당신이 고르는 대상은
잔머리를 굴리고 거짓말을 하고
남의 공로를 가로채는 신뢰할 수 없고 이기적이고
오만하며 독선적이고 신용이 없는
사람일 것입니다.

이 두 부류 사람들의 차이는
인생에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인격은
당신의 말, 행동, 옷차림, 당신이 쓴 글,
심지어 당신의 생김새에서 까지
모든 면에서 들어납니다.

결코 숨길수도 위조할 수도 없습니다.

숨길 수 없지만 고쳐질 수 없는 것도 아니니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인격 또한 하나의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닮고 싶은 사람의 인격의 특징을
종이 한 장에다가 써 보십시오.
반대로 당신이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의
인격의 특징을 써 보십시오.

그리고 둘 사이의 차이를 비교 해 보십시오.
그것은 결코 큰 차이가 아닐 것입니다.

야구공은 100미터 넘게 던지느냐, 못 던지느냐
역기를 100킬로 넘게 드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아닐 것입니다.

거짓말을 하느냐, 안하느냐.
자기마음대로 말을 내뱉느냐,
한 번 더 생각을 하느냐.

남을 배려하는 말투인가,
남을 무시하는 말투인가.

조금 더 신경 써서 일하느냐,
조금 더 게으르게 행동하느냐.

잘못을 저질렀을 때 정직한가,
아니면 둘러대며 남 탓 하는가.

이와 같이
결코 큰 차이가 아닌 작은 차이가
나중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여러분이 아직 젊다면
여러분이 닮고 싶은 인격을
조금만 신경 써 연습한다면.
머지않아 당신의 인격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인격 또한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습관은 처음엔 깃털 같아 결코 느낄 수 없지만.
나중엔 무거운 쇳덩이 같아 결코 바꿀 수 없습니다.

내 나이 때 습관을 고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여러분은 젊습니다.
아직 충분히 기회가 있습니다.

그러니 정직 하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도 거짓말하지 마세요.
변호사가 뭐라 하든 신경 쓰지 마세요.
그저 자기가 보는 그대로 풀어놓으십시오.

저의 성공에는
우리 ‘버크셔 해서웨이’의 평판 덕이 큽니다.

저는 저의 사람들에게
법의 테두리보다 훨씬 더 안쪽의 경계선에서 행동하며,

우리에게 비판적이고
또한 영리한 기자가 우리의 행동을
신문에 대서특필 할 수 있을 정도로
행동하길 바랐습니다.

저는 저의 회사들의 지사장들에게
2년에 한번 이와 같은 메시지를 줍니다.

‘여러분은 돈을 잃어도 상관없습니다.
많은 돈이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평판을 잃지 마십시오.
인격을 잃지는 마십시오.

우리에겐 돈을 잃은 여유는
충분히 있으나
평판을 잃는 여유는 조금도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아직 젊습니다.
지금의 모습보다
훨씬 나아질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결코 돈 때문에
직장 선택하거나
사람을 사귀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좋아하는 직업을 갖고
좋아하고 존경할 만한 사람만을 사귀십시오.

저는 아무리 큰돈을 벌어준다고 해도.
도덕적으로 믿을 수 없고.
신용이 가지 않은 사람과는
함께 사업을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언젠가는
‘뱉어내야 한다’란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1년 내내
제가 좋아하는 일을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만 함께 합니다.

제 속을 뒤집어 놓는 사람과는
상종도 안하죠.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 원칙입니다.
금전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두 번째의 일입니다.

전 가난했던 젊은 시절에도
저는 충분히 행복했고
지금처럼 제 일을 사랑했습니다.

가난했던 때와
조금은 부유해진 지금과
바뀐 것은 저에겐 별로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성실히, 그리고 정직하게 생활한다면,
거기다 유머 또한 잃지 않고
하루를 유쾌히 감사한다면,
여러분은 성공을 결코 피할 수 없을 겁니다.

  • 워렌 버핏이 대학생들에게

인생전체를 바꾸는 10분의 마법

  1. 아침에 10분만 일찍 일어나십시오.

– 하루가 내 손안에 들어옵니다.

  1. 10분만 더 잘 씹어 드십시오.

– 만병이 떨어져 나갈 것입니다.

  1. 10분만 먼저 출근하십시오.

– 업무와 인간관계의 스트레스가 확 날아갑니다.

  1. 10분만 먼저 약속장소에 나타나십시오.

– 주도적 능동적 관계를 맺게 됩니다.

  1. 10분만 화를 가라앉히고 생각한 후 말하십시오

– 다툼이 더 좋은 사귐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1. 10분만 하루를 돌아다보고 잠자리에 드십시오.

– 오늘의 기쁨과 보람이 내일로 이어지며,
오늘의 실수가 내일 되풀이 되지 않게 됩니다.

  1. 10분만 사랑과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는 데 쓰십시오.

– 사랑과 감사의 삶이 펼쳐지게 됩니다.

  1. 10분만 더 걸으십시오.

– 건강이 찾아옵니다.

  1. 10분만 잡담과 불필요한 인터넷과 전화를 줄이십시오.

– 하루가 여유로운 중에 집중될 것입니다.

  1. 지금보다 10분만 더 웃으십시오.

– 여러분의 삶이 더 행복해 질 것입니다.

The Egg, Andy Weir

출처: http://www.galactanet.com/oneoff/theegg_ko.html

The Egg
Written by Andy Weir
Translated by Soo Choi 최수영

당신은 귀가하는 도중 죽었다.
차사고였다. 그다지 특별한 사고는 아니였지만 치명적이였다. 당신은 죽으며 아내와 두 아이들을 남겼다. 다행히 고통은 없는 죽음이였다. 응급요원들이 당신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사실 몸이 아주 산산조각 나는 바람에 죽는게 나았다.
그리고 그때, 당신은 날 만났다.
“무슨…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당신은 물었다. “여긴 어딘가요?”
“당신은 죽었어요,” 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돌려말할 필요는 없다.
“트… 트럭이 미끄러지고 있었는데…”
“그랬죠.” 나는 말했다.
“내가… 내가 죽었나요?”
“네. 하지만 상심하진 말아요. 다들 언젠간 죽는 법이니까요.” 나는 말했다.
당신은 돌아보았다. 아무 것도 없었다. 당신과 나를 제외하곤. “여기가 어디죠?” 당신이 물었다. “사후세계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내가 말했다.
“당신이 하나님인가요?” 당신이 물었다.
“네.” 내가 대답했다. “하나님이에요, 난.”
“내 아이들… 내 아내.“ 당신이 말했다.
“그들은 왜요?”
“그들은 괜찮을까요?”
“보기 좋군요.” 내가 말했다. “방금 죽었는데도 가족을 걱정하다니. 아주 좋아요.”
당신은 나를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당신한테는 나는 하나님이 아니라, 그저 한 남자로 보일 뿐이였다. 여자일 수도 있고. 베일에 싸인 권위자로 보일 수도 있겠다. 절대자라기 보다는 문법 선생님 같은 존재 같다고나 할까.
“걱정마세요.” 난 말했다. “그들은 괜찮을 꺼에요.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을 완벽했던 사람으로 기억할꺼에요. 아내는 겉으로는 슬퍼하겠지만, 속으로는 안심하겠죠. 뭐, 둘의 결혼은 실패하고 있었으니까요. 이게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자신이 안심하고 있다는 거에 그녀는 매우 자신을 자책할꺼에요.”
“아.” 당신이 말했다. “그럼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죠? 천국이나 지옥에 가거나 하는 건가요?”
“아니에요.” 내가 말했다. “당신은 환생하게 될 겁니다.”
“아.” 당신이 말했다. “힌두교 얘기가 맞았네요, 그럼.”
“모든 종교는 다 그 나름대로 맞아요.” 내가 말했다. “저와 좀 걷죠.”
우리는 허공을 같이 걷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죠?”
“딱히 정해진 곳은 없어요.” 내가 말했다. “얘기하면서 걷는 거죠.”
“그럼 요점이 뭐죠?” 당신은 물었다. “내가 환생하면, 난 다시 백지로 태어나는 거잖아요, 그렇죠? 아기로 말이죠. 그러면 내가 이번 생애에 경험하고 행했던 모든 것들이 다 무의미하게 되는 거고요.”
“그렇지 않아요!” 내가 답했다. “당신은 전 생애에서 얻은 모든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그저 지금 당장 기억을 못 할 뿐이죠.”
나는 걷는 것을 멈추고 당신의 어깨를 잡았다. “당신의 영혼은 당신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굉장하고, 아름답고, 거대한 것이에요. 인간의 생각은 당신의 존재의 그저 조그만 부분만을 담고 있을 뿐인거죠. 마치 컵에 담긴 물이 차가운지 뜨거운지 보려고 손가락을 담구는 것 같은, 그런 일이에요. 당신의 조그마한 부분을 컵에 담구고, 다시 꺼낼 때 당신은 그 그릇이 담았던 모든 경험을 얻는 거죠.”
“당신은 그간 48년 동안 인간으로 지내왔기 때문에 당신의 거대한 자아를 아직 다 느끼지 못한 것 뿐이에요. 여기서 좀만 지내고 나면, 당신은 모든 것을 기억하기 시작할 겁니다. 하지만 생애와 생애 사이에서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럼 전 지금까지 몇 번 환생한거죠?”
“많이요. 아주, 아주 많이요. 아주 여러 가지의 삶으로 말이죠.” 내가 말했다. “이번에는 기원전 540년의 중국인 소작농 여자로 태어나게 될 꺼에요.”
“잠시, 뭐, 뭐라구요?” 당신은 더듬으며 말했다. “나를 과거로 보낸다는 말이에요?”
“뭐, 그런 셈이죠. 당신도 알겠지만, 시간은 당신의 세계에서만 존재해요. 나의 세계는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죠.”
“당신은 어디서 왔는데요?” 당신이 물었다.
“물론” – 난 설명하기 시작했다 – “난 분명 어디서론가 왔어요. 여기와는 다른 곳이죠. 그리고 거기서 나같은 존재들은 더 존재해요. 당신은 나의 세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한다는 걸 알지만, 솔직히 지금으로썬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아.” 당신은 약간 실망한 듯 했다. “잠시만요. 만약 시간 상 다른 곳에 제가 환생하게 된다면, 한번 쯤 내 자신과 맞닥뜨린 적도 있을 수 있겠네요.”
“그럼요. 항상 일어나는 일이죠. 그리고 두 생애 다 자신의 삶 밖에 인지할 수 없으니, 당신은 그런 일이 일어나는 지도 모르고요.”
“그럼 도대체 이러한 일을 하는 목적이 뭐인거죠?”
“지금 진심인가요?” 난 물었다. “지금 진심으로 나에게 삶의 목적을 물어보고 있는 건가요? 약간 진부한 질문이라고 생각 안해요?”
“타당한 질문이라고 생각 하는데요.” 당신은 물러설 기색이 없어보였다.
나는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삶의 목적, 그리고 내가 이 모든 세계를 만든 이유는, 당신의 성장을 위해서에요.”
“인류 전체 말이에요? 우리가 다 성장하기를 원하는 건가요?”
“아뇨, 당신 한 명이요. 난 이 모든 세계를 당신 하나를 위해 만들었어요. 새로운 생애 하나 하나마다 당신은 자라고 성숙해져서 더 크고 대단한 지능을 가지게 될꺼에요.”
“저만요? 다른 사람들은요?”
“다른 사람들은 없어요.” 당신이 말했다. “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건 당신과 저 뿐이에요.”
당신은 나를 멍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지구 상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다 당신이에요. 당신의 각기 다른 환생이죠.”
“잠시만요. 내가 모두란 말이에요!?”
“이제야 이해하기 시작하는 군요.” 축하의 의미로 등을 툭 치며 내가 말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았던 모든 인간이라는 건가요?”
“그리고 이 후에 살 모든 인간이기도 하죠.”
“내가 아브라함 링컨이였어요?”
“그리고 존 부스 (역주: 링컨의 살인자)이기도 했죠.” 내가 덧붙혔다.
“내가 히틀러였다고요?” 당신은 끔찍한 듯 물었다.
“그리고 그가 살해한 백만명이 넘는 사람들이였죠.”
“내가 예수님이였단 말인가요?”
“그리고 그를 따른 모든 사람들이었죠.”
당신은 조용해졌다.
“당신이 어떤 사람을 피해줄 때마다”–내가 말했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피해주고 있었어요. 그리고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배풀 때마다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한거죠. 과거와 미래를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겪은 행복과 불행을 당신은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겪을꺼에요.”
당신은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왜죠?” 당신은 물었다. “왜 이 모든 걸 하는 거죠?”
“왜야하면 어느날, 당신은 나와 같이 될 것이거든요. 그게 당신의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나와 같은 부류이죠. 나의 자식이에요.”
“우와,” 당신이 놀라서 말했다. “내가 신이란 말인가요?”
“아니, 아직은 아니에요. 당신은 태아에 불과하죠. 아직도 자라고 있는 태아. 시간 상의 모든 생애를 다 살았을 때, 신으로 태어날 만큼 자라나 있을 꺼에요.”
“그럼 이 모든 세계가,” 당신이 말했다, “그저…”
“알과 같은 거죠.” 내가 대답했다. “자, 이제 다음 생애로 환생할 시간이군요.”
그리고 난 당신을 보내주었다.

세계의 한계

나의 언어의 한계가 나의 세계의 한계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아는 만큼 보이고, 그것에서 더 생각을 뻗어나가, 단어로 정의내릴 수 있다.
물론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인공지능의 한계도 생각나는데, AI를 만들기 위핸 딱 딱 떨어지는 logical한 것들을 input하다보니, ‘사랑’같이 정의할 수 없는 개념들을 넣을 수 없다는 것들.

북극에 사는 사람들은 ‘눈’을 정의하는 단어가 몇십개가 된다고 하였나.
그들이 보는 ‘눈’은 내가 보는 눈보다 훨씬 디테일할 것이다.

그런 디테일로 삶을 살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