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개론 기말 레포트
블로그에서 SNS로-내 경험과 함께
NHN NEXT 진유림
2013 06 21
Part 1. Naver Blog
나는 형제가 없다. 그래서인지 혼자 있는 것을 못 견뎌해 사람들을 많이 찾곤 했다. 그것과 연관되서 컴퓨터도 꽤 일찍 시작하였고, 자연스레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2006년, 그 당시 초등학교 6학년 또래 친구들은 블로그는 물론이고 웹서핑도 잘 사용하지 않았었다. 물론 블로그 이웃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들은 실질적으로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난 ‘왜 이런 재밌고 좋은 툴을 내 친구들은 사용을 안할까…’하고 외로운 블로깅을 했었다. 나름 열심히 했었다. 좋은 자료들을 정리해서 올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찍은 사진들을 저장하는 사진첩 용도로도 유용하게 사용하다 보니 하루 방문자 수가 7000을 찍은 적도 있었다.
내가 ‘블로그’라는 툴에서 가장 매력을 느꼈던 점은, (그 당시 내 수준에서 보았을 때)무한한 저장공간을 무료로 준다는 것과, 내 컴퓨터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나의 컨텐츠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 때의 컴퓨터는 그리 좋은 성능이 아니었기에, 항상 뭔가 포맷될 두려움이 항상 있었다. 나는 블로그를 사진 찍고 편집한 것을 저장하는 갸용도로 썼기에, 네이버가 망하지 않는 이상 내 사진들은 안전하다는 것에 큰 안도를 느꼈었다(물론 네이버가 망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블로그의 가장 큰 단점이 있었는데, 내 지인 중 블로그를 하는 사람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실질적인 외로움은 충족되지 않았다. 또 내가 찍은 사진들 중 정말 보여주고 싶은 것들도 많았는데, 그 걸 친구들에게 보여주려면 “내 블로그 들어와봐! 주소는 http://www.blog.naver/jy….”이런 식으로 번거롭게 말을 해야 했었다. 서로이웃이 아니라면 별로 접근성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Part 2. Facebook
이 단점을 신박하게 해결해 준 서비스는,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던 ‘페이스북’이다. 가입도 쉽고, 같이 하는 친구들도 많고, 자세잡고 길게 글 쓸 필요도 없는 페이스북은 우리들 사이에 엄청난 붐이 되었다. 가장 신기했던 기능은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들이 자동으로 친구추천에 뜬다는 것이었다. 이런 기능에 반해 우리들은 주변인들에게 페이스북 하라고 추천(혹은 강요)를 하고, 페이스북을 안하면 이상한 취급을 받는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다. 내가 블로그를 할 때와는 180도 바뀌어버렸다. 사실 나는 처음 페이스북이 나왔을 때 뭔가의 실망감(?)이 생겼다. 길게 글 쓰기 싫어하고 쉬운것만 찾는 현대인들이 약간은 한심해 보였었다. 지금까지 나는 포스팅 하나에 사진을 평균 10개 이상은 올렸고, 한번에 올리는 횟수가 20으로 제한되어있는 것에도 짜증을 느꼈었는데, 도대체 이 짧은 글들과 사진 한장으로 무슨 말들을 뱉을 수 있단 것인가. 그래도 그냥 대세니까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페이스북 중독이 되버렸다. 그냥 심심하면 페북에 들어가서 사람들이 뭐하고 사나 구경하고, 나도 뭐 어디 가거나 무슨 재밌는 일이 생기면 꼭 페북에 올리곤 했다. 마치 일기장처럼. 하지만 일기장과 다른 점은 페북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 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관심종자들에게 딱인 서비스인것이다. 그리고 그 관심종자는 나였고. 나는 점점 ‘좋아요’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페북 헤비유저가 되다보니 페북친구도 많아지고 글을 하나 올릴때마다 달리는 ‘좋아요’도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좋아요가 10개 이하가 달린 글이 부끄러워서 지운 적도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 지운 행위가 훨씬 더 부끄럽다. 지금은 조금 초월한 듯 하지만 어제 올린 글이 좋아요 80개가 달리는 바람에 난 다시 헥헥거리고 있다. 이게 뭐라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좋아요’는 돈 이외로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정말 대표적이고 성공한 서비스였다.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는 것은 ‘난 이렇게 너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어. 우리 같이 친하게 지내자’와 비슷한 말 같다. 사회적(혹은 정치적) 수단이 된 것이다. 그리고 쉽게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것도 큰 넛지효과가 되었다. 기존 블로그를 추천하려면, 포스트 맨 밑까지 내려가서 옵션 버튼을 누르고, 거기서 나온 ‘추천’버튼을 누르면 전체 화면이 새로고침되면서 추천이 되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새로고침따위 되지 않고 그냥 예쁜 파란색으로 엄지손가락 모양이 반짝여서 심미적으로도 좋다. 칭찬은 정말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듯하다.
하지만 내 사생활과 내 인간관계 등이 모두 들어나는 거라 페이스북에는 올릴 수 없는 나만의 글들이 쌓여만 갔다. 뭔가 나의 속내를 들어내고,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의 조언이나 위로를 받고 싶은 공간이 필요했다. 그 것을 충족시켜주는 새로운 SNS가 ‘피플게이트’였다.
PeopleGate
피플게이트에는 작년 10월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재능교환”이라는 컨셉을 내세운 소규모 SNS인데, 자본금 1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로, 팀원 전체가 20대로 이루어진 청년창업 팀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깔아볼까’했던 어플리케이션이, 지금 이 순간까지 내 대외활동과 뗄 수 없는 고마운 공간이 되어주었다. 나는 여기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고, 또 나도 그 이상으로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도왔다. 돈이 전혀 오가지 않는 이런 장에서, 과연 무엇이 사람들을 서로 돕게 만든 것일까. 어떠한 이유로 이 SNS는 타 소규모 SNS와 달리 소셜데이팅 서비스로 전락하지 않게 되었나?
일단, 앱 자체에서 불건전해지는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차단해 놓았다. 하루 친구추가 횟수가 5회로 제한되어있다. 사용자들은 자기의 쪽지 받는 상태를 ‘전체받음’ ‘안받음’ 등으로 바꿀 수 있는데, 디폴트 값이 ‘친구의 쪽지만 받음’이다. 보통 여성분들이 이 상태를 유지하신다. 또 따뜻한 분위기를 위한 운영자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는데, 한달에 한 번씩 고객센터에서 단체 쪽지를 보낸다. 업데이트 내용들과 자잘한 소식들을 친구랑 대화하듯 상냥한 말투로 전달해준다. 좋은 이야기를 남겨주는 5분에게 VIPS를 쏜다는 둥 깜짝 이벤트도 종종 있다. 공지사항에 딱딱하게 업데이트 내역을 올리는 것보다 훨씬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런 공간에 사용자들은 매력을 느끼게 되어, 헤비유저들이 생겨난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댓글로 원하는 문구를 남기면 캘리그라피로 만들어주시는 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 사람만을 위한 캐릭터 인형을 만들어주시는 분, 따뜻하게 손편지를 써주시는 분, 제시어 2개로 이야기를 만들어주시는 분 등… 나는 그곳에서 개인로고 제작이랑, 개인 캐리커쳐를 그려드리는 재능나눔을 하였다. 왜 그런식으로 시간을 많이 쏟으면서 돈을 받지 않느냐는 친구의 물음이 있었다. 물론 그 당시 시기적으로 내가 한가하기도 했었지만, 내가 움직였던 동력은 돈이 아니고 ‘칭찬’이었다. 내가 그냥 재밌어서 로고를 만들어 주면, 사람들이 인증샷을 올리고 고맙다고 글을 남겨주는데, 나는 그게 너무도 좋았다. 이 SNS에는 ‘칭찬’이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각 글에 칭찬할 수도 있고, 사람을 직접 칭찬할 수도 있다. 칭찬포인트가 20개가 넘어서 새로운 스티커가 열렸을 때의 조그마한 뿌듯함은 정말 신선했다. 또 내가 그 곳에서 디자인쪽으로 재능나눔을 하다 보니, 조금 큰 작업을 의뢰하시는 분도 있었다. 티셔츠 일러스트 디자인과 축구단 엠블렘 디자인을 하게 되었는데, 이런 일을 맡겨주신게 내가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이라 생각하니 내가 지금까지 무료로 해온 것들에 가치가 부여되고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나온 제품들을 보니 그저 아마추어처럼 끄적였던 내가 프로가 된 것 같았다.
이런게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은 이 SNS에 가족같은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비록 모르는 사람들로 시작하였지만, 따뜻하게 댓글다는 분위기와,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면 반겨주고 맞아주는 문화에 익숙해져, 이것을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는 감정이 사람들 사이에 솟아나기 시작하였다. 불건전사용자를 신고하는 것도 쉽게 할 수 있고, 지인들에게 이런 SNS가 있다고 추천하기 시작한다. 나만해도 주위의 사람들에게 다 퍼트리고 다녔으니…
나도 어플리케이션을 기획하려는 꿈을 가진 조그만 개발자이고, 이렇게 자발적으로 광고(?!)를 하고 다니는 내 앱의 유저를 얻고 싶은 욕심이 있다. 기존과 다른 신선함을 느끼고, 그것에 편안함을 느껴 친구와 같이 쓰고싶다는 욕구를 얻어서 추천을 하는 것일거다. 정말 돈으로는 살 수 없는, 훨씬 가치와 효과가 큰 마케팅 방법이다. 사용자에게 자존감을 안겨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이 앱을 쓰면서 내가 더 필요한 사람이란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것이 나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만들었다. 그 분위기 형성을 위해 운영자의 꾸준한 지켜봄이 필요하다. 이 재능교환 SNS, 피플게이트는 내 롤모델 어플리케이션이다. 나도 이러한, 아니 이 이상의 따뜻한 문화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길고 좀더 전문적인 글을 쓰고싶은 욕구가 있었다.
4. WordPress
짧은 글들에 염증을 느낀 나는, 다시 블로그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유치하게 깨작거렸던 네이버 블로그 말고, 다른, 좀 더 어른스러운 곳으로 가보고 싶었다. 그 때 우리 학교 교수님이 추천해 준 곳이 바로 ‘워드프레스’였다. 네이버 블로그는 주부들이 하는 블로그라고 하시면서 글로벌하고 프로그래머답게 블로깅하라고 추천해주신 사이트였다. 워드프레스는 정말 프로그래머들에게 좋은 블로그 서비스였다. 테마부터 포스팅까지, 우리가 직접 소스코드를 고쳐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게 가장 매력이었다. 그리고 글로벌 블로그라서 구글에 검색했을 때 많이 나온다는 장점도 있다. 내 통계를 보면 미국에서 온 사람, 인도네시아에서 온 사람 등 다양하게 나와서 신기했다. 나는 이전 네이버블로그와는 달리 워드프레스를 좀 더 ‘나’에 특화된 공간으로 만드려 했다. 내가 올리는 포스팅들은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1. 내가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2. 프로그래밍 자료
3. 내 뻘글들
이렇게 올린다. 그림을 그려 올리면 깨지지도 않고 아주 깔끔하고 커다랗게 그림만 강조되어 나와서 좋고, 프로그래밍 자료도 코드를 예쁘게 다듬어서 올리기에 좋고, 뻘글을 쓰는 것은 내 친구들이 내 블로그를 모르기 때문에 새벽의 폭풍감성의 글들을 뱉어낼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절대로 하지 못할말들을 내 블로그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비밀글로 바꿔서 쓰지 않는 이유는, 전체공개로 함으로써 좀 더 잘 쓰려고 하고, 또 뭔가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도 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워드프레스는 개인적인 글을 쓰기에도 좋고 조금 공적인 글도 쓸 수있는 요소가 적절히 섞여있는 서비스다.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가 충족시켜주지 못한 것들을 워드프레스가 해주었다.
5. 마치며
이런 식으로 나는 블로그에서 sns로, 그리고 sns와 블로그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정착하였다. 모든 서비스는 그 분위기가 있고, 특화된 기능들이 있다. 불평하거나, 아니면 안주하지 말고 각각의 장점을 살려서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욕심을 가지면 특화한 사이트보다 애매한 분위기가 될 수도 있다. 나중에 내가 기획하고 개발할때도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