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레 돕기’ –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하여.
인문사회학 기말과제
NHN NEXT 진유림
5강 김은미교수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한 사람들 간의 접촉은 그 디바이스나 서비스의 디자인에 따라 만남의 양상이나 맺어지는 관계의 유형, 혹은 대화의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디바이스나 서비스를 사례로 들어 어떠한 경우나 조건에서 (즉 이것이 어떻게 디자인되고 어떻게 쓰여졌을 때) 이것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관계나 대화가 사람들끼리의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지, 혹은 어떨 때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지를 서술해 보세요.
사람들은 무엇에 의해 움직이는가. 조금 삭막하게 분류해보자면, ‘돈’과 ‘돈 이외’의 것으로 나눌 수 있겠다(이게 균등한 분할일수도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 돈이 궁극적 목표가 되선 안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유는 자명한데, 돈이 다 떨어짐과 함께 사람들도 떨어져나가고, 서비스는 재기불능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우리는 돈만을 추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돈은 결코 무시해서는 안될 존재다. 현대사회를 보면 돈과 권력에 의해 사회가 움직인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그 돈으로 자기가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할 뿐만 아니라 권력을 얻고 다른 사람을 부릴 수 있다. 게다가 국제사회에선 힘의 논리가 더욱 철저하게 지배하여, 힘은 군사력으로 대변되고 군사력이 높은 경제대국들이 세계를 지배한다.
요즈음은 디지털 미디어가 우리 삶 그 자체이다. 돈과 권력의 지배구조는 자연스레 디지털세계에도 적용되었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못한 사용자를 등쳐먹는 피싱 사이트 등과, 거대 IT기업때문에 좋은 아이템이 있어도 앱스토어에서 사장되고마는 스타트업들… 데이터의 소유자나 독점자 없이 누구나 손쉽게 데이터를 생산하고 인터넷에서 공유할 수 있는 웹 2.0시대가 이미 8년이 지나가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물질적 차별 속에 있어야 하는가?
작년 10월부터 내가 관심가지던 한 작은 SNS가 있다. “재능교환”이라는 컨셉을 내세운 소규모 SNS인데, 자본금 1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로, 팀원 전체가 20대로 이루어진 청년창업 팀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깔아볼까’했던 어플리케이션이, 지금 이 순간까지 내 대외활동과 뗄 수 없는 고마운 공간이 되어주었다. 나는 여기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고, 또 나도 그 이상으로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도왔다. 돈이 전혀 오가지 않는 이런 장에서, 과연 무엇이 사람들을 서로 돕게 만든 것일까. 어떠한 이유로 이 SNS는 타 소규모 SNS와 달리 소셜데이팅 서비스로 전락하지 않게 되었나? 이것을 유기적인 3개의 과정으로 정리해보았다.
일단, 앱 자체에서 불건전해지는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차단해 놓았다. 하루 친구추가 횟수가 5회로 제한되어있다. 사용자들은 자기의 쪽지 받는 상태를 ‘전체받음’ ‘안받음’ 등으로 바꿀 수 있는데, 디폴트 값이 ‘친구의 쪽지만 받음’이다. 보통 여성분들이 이 상태를 유지하신다. 또 따뜻한 분위기를 위한 운영자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는데, 한달에 한 번씩 고객센터에서 단체 쪽지를 보낸다. 업데이트 내용들과 자잘한 소식들을 친구랑 대화하듯 상냥한 말투로 전달해준다. 좋은 이야기를 남겨주는 5분에게 VIPS를 쏜다는 둥 깜짝 이벤트도 종종 있다. 공지사항에 딱딱하게 업데이트 내역을 올리는 것보다 훨씬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런 공간에 사용자들은 매력을 느끼게 되어, 헤비유저들이 생겨난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댓글로 원하는 문구를 남기면 캘리그라피로 만들어주시는 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 사람만을 위한 캐릭터 인형을 만들어주시는 분, 따뜻하게 손편지를 써주시는 분, 제시어 2개로 이야기를 만들어주시는 분 등… 나는 그곳에서 개인로고 제작이랑, 개인 캐리커쳐를 그려드리는 재능나눔을 하였다. 왜 그런식으로 시간을 많이 쏟으면서 돈을 받지 않느냐는 친구의 물음이 있었다. 물론 그 당시 시기적으로 내가 한가하기도 했었지만, 내가 움직였던 동력은 돈이 아니고 ‘칭찬’이었다. 내가 그냥 재밌어서 로고를 만들어 주면, 사람들이 인증샷을 올리고 고맙다고 글을 남겨주는데, 나는 그게 너무도 좋았다. 이 SNS에는 ‘칭찬’이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각 글에 칭찬할 수도 있고, 사람을 직접 칭찬할 수도 있다. 칭찬포인트가 20개가 넘어서 새로운 스티커가 열렸을 때의 조그마한 뿌듯함은 정말 신선했다. 또 내가 그 곳에서 디자인쪽으로 재능나눔을 하다 보니, 조금 큰 작업을 의뢰하시는 분도 있었다. 티셔츠 일러스트 디자인과 축구단 엠블렘 디자인을 하게 되었는데, 이런 일을 맡겨주신게 내가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이라 생각하니 내가 지금까지 무료로 해온 것들에 가치가 부여되고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나온 제품들을 보니 그저 아마추어처럼 끄적였던 내가 프로가 된 것 같았다.
이런게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은 이 SNS에 가족같은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비록 모르는 사람들로 시작하였지만, 따뜻하게 댓글다는 분위기와,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면 반겨주고 맞아주는 문화에 익숙해져, 이것을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는 감정이 사람들 사이에 솟아나기 시작하였다. 불건전사용자를 신고하는 것도 쉽게 할 수 있고, 지인들에게 이런 SNS가 있다고 추천하기 시작한다. 나만해도 주위의 사람들에게 다 퍼트리고 다녔으니…
나도 어플리케이션을 기획하려는 꿈을 가진 조그만 개발자이고, 이렇게 자발적으로 광고(?!)를 하고 다니는 내 앱의 유저를 얻고 싶은 욕심이 있다. 기존과 다른 신선함을 느끼고, 그것에 편안함을 느껴 친구와 같이 쓰고싶다는 욕구를 얻어서 추천을 하는 것일거다. 정말 돈으로는 살 수 없는, 훨씬 가치와 효과가 큰 마케팅 방법이다. 사용자에게 자존감을 안겨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이 앱을 쓰면서 내가 더 필요한 사람이란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것이 나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만들었다. 그 분위기 형성을 위해 운영자의 꾸준한 지켜봄이 필요하다. 이 재능교환 SNS, 피플게이트는 내 롤모델 어플리케이션이다. 나도 이러한, 아니 이 이상의 따뜻한 문화를 만들고 싶다. 디지털 디바이스로 인한 새로운 감성 창출. 매력적이다.